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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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4명 가운데 3명은 치솟는 국가채무비율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채무가 너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엄격한 재정준칙이 없다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 학자들도 많았다.

한국경제학회는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경제학회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학회의 경제토론 패널에 소속된 경제학자 가운데 4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부채·D1)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을 밑도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정부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자의 75%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35%는 ‘강하게 동의하지 않는다’, 40%는 ‘약하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강하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안국신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이 1990년대 초반에 40%대에 머물렀지만 5년여만에 100%로 치솟았다"며 "정부지출의 구조조정과 재정준칙이 없는 방만한 재정이 국가채무를 걷잡을 수 없이 늘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재정지출 확대 속도는 위험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며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가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해외신인도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글로벌 투자기관이나 신용평가기관에서 재정건전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비교집단으로 OECD 회원국보다는 신흥국을 고려한다"며 "OECD 평균과 비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며 이는 재정규율이 와해되고 있다"며 "독일, 호주, 노르웨이 등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는 국가들의 재정운영을 벤치마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 의견에 '동의한다'고 답한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가 채무 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만일의 사태의 대비하는 건강한 재정운용"이라며 "유례없는 코로나19 시점에서는 보다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준칙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3%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우헌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인구구조의 변화, 사회안전망 확충, 통일 등 급변사태에 대비해 관계기관과 연구자들이 충분히 논의해 재정준칙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가부채 목표·기준을 묻는 질문에 '중장기적 재정지속가능성'(36%)을 꼽는 답변자가 가장 많았다. '부채상환부담의 세대이전'(26%) '국가신인도 유지'(23%) 등이 뒤를 이었다. 재정관리에 위험변수를 묻는 질문에 59%가 '저출산 고령화'를 꼽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