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시작 전국투어 앞두고 온라인 간담회

"젊었을 때 '슈만'이라고 하면 반드시 연주해야 하는 유명한 곡들을 다뤘어요.

그런 곡들은 로맨틱하고 아름답죠. 지금은 슈만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심정으로 정신병원으로 갔는지 이제 좀 이해가 갑니다.

"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74)는 오는 9일부터 시작되는 '백건우와 슈만' 전국 투어를 앞두고 6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인 로베르트 슈만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이름 앞 수식어처럼 그는 한 작곡가, 한 시리즈를 골라 철저하게 탐구하는 구도자적 모습을 보인다.

슈만 연주를 위해 당시 인물과 생활, 시대 등에 관한 문헌 등 관련 자료도 두루 참고했다.

그렇다고 기본을 벗어난 건 아니다.

백건우는 "항상 답은 악보에 있다"며 "다른 데서 찾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백건우는 "젊었을 때는 슈만이 어떤 심경이기에 자살을 시도했는지 상상하기 힘들었다"며 "사랑하는 아내 클라라나 아이들한테 위험이 되지 않게 혼자 걸어 나오는 슈만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슈만의 초기와 마지막 해에 초점을 뒀다"며 "죽을 때까지 어린이 같은 순수함을 갖고 있으면서 그와 동시에 모든 이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인생의 쓰라림을 표현했기 때문에 그 양면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슈만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의 반대 속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어간다.

연인 클라라와의 사랑도 쉽지 않은 상황 등 복잡한 삶을 살면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많은 곡을 썼다는 데 주목한다.

무대는 슈만의 첫 번째 작품 '아베크 변주곡'으로 시작해 마지막 작품인 '유령 변주곡'으로 마무리된다.

백건우는 슈만의 음악의 시작과 끝을 자신의 손끝으로 표현할 계획이다.

'슈만' 연주하는 백건우 "그의 인생이 이제 좀 이해돼"
그는 곡목 배열에서도 관객을 배려했다.

백건우는 "어떻게 하면 이 곡을 들을 수 있게 청중들의 마음을 인도하느냐 하는 것이 제일 큰 숙제"라며 "듣는 사람이 마음의 준비가 되게 곡을 배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건우와 10년 이상 음반 작업을 함께한 톤 마이스터 최진 감독도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슈만의 생각과 심리 상태가 어떠했는지 전달이 잘 됐다"며 "자신의 모든 영혼을 쏟아붓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감독은 "이렇게 감정이 무너져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스튜디오에서 멎지 않는 눈물을 쏟아냈는데 (백건우) 선생님도 애써 눈물을 억누르고 계셨다.

슈만의 영혼이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백건우는 이번 무대 준비를 위해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해 최근 2주간 자가 격리를 마쳤다.

경기 양평의 한 펜션에서 자신에게만 집중하며 슈만을 제대로 표현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앞으로 특별히 마음에 두고 있는 작곡가나 작품은 없다고 했다.

앞으로도 정말 마음에 끌리는 작품과 작곡가를 다룰 것이며, 할 수 있는 데까지 연주를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올해 2월 피아노협주곡 공연과 6월 독일의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인해 취소되면서 이번 무대가 그에게는 올해 첫 관객과의 대면이다.

"40~50년을 같이 했는데 이때까지 사랑해주신 걸 고맙게 생각하죠." 한결같이 자신을 응원하며 음악 인생을 함께해온 관객들에게 재차 감사 인사를 전했다.

'슈만' 연주하는 백건우 "그의 인생이 이제 좀 이해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