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경증환자에 해롭다" 경고한 스테로이드
국내서도 부작용 탓 중환자에 제한적 사용 권고
트럼프 중증환자설 촉발한 '덱사메타손' 정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공식발표 내용보다 나쁠 것이라는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주요 근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덱사메타손을 처방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4일(현지시간) 대통령 의료팀의 브라이언 가리발디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처음으로 덱사메타손을 처방했다"며 "당분간 이 처방을 계속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덱사메타손은 염증 억제와 치료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스테로이드 제제로 값이 저렴하고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이 약물은 코로나19 치료와 관련해서는 중증환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처방이 뒤따른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이 약물이 코로나19 중환자의 사망률을 상당히 낮춘다는 시험 결과를 지난 6월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8월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덱사메타손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인정할만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테로이드 제제인 덱사메타손은 면역 저하의 부작용이 있어 중증환자에게만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중증환자설 촉발한 '덱사메타손' 정체는
미 국립보건원(NIH) 가이드라인에서 산소 보충이 필요하지 않는 정도의 경증 환자에게는 덱사메타손 사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덱시메타손은 경증 환자에게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를 주시하는 이들로서는 이처럼 중환자들에게 조심스럽게 사용되는 약물이 처방됐다는 데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로셸 왈렌스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감염병 전문 의사는 덱사메타손 처방에 "머리를 긁적이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의료진이 공격적인 치료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의료진에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러셀 버 캘리포니아 대학 중환자 치료의학 교수는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니 의료진이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력이 있을 것"이라며 "의료진은 더 신중하게 치료에 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 의료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안정적이며 이르면 5일 퇴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왈렌스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서 숨 가쁨이나 기침과 같은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상태를 일단 불행 중 다행으로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