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선 비판 이어져
강 장관은 5일 오전 8시 전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면서 평소 이용하던 2층 로비 대신 지하 주차장을 통해 사무실로 이동했다. 2층 로비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전날 강 장관은 퇴근길에 기자들의 취재에 응했다. 입장을 묻자 강 장관은 "송구스럽다"면서도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예정된 강 장관 일정도 당초 공지와 달리 비공개로 전환됐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최근 서거한 셰이크 사바 알아흐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에 대한 조의를 표명하고자 주한 쿠웨이트대사관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쿠웨이트 대사관은 갑자기 '코로나19로 인한 조문객 안전'을 이유로 비공개로 바꿨다. 강 장관은 쿠웨이트 대사관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도 "조문 왔으니 조용히 해주시길 바란다. 기회가 있으면 또 말씀 드리겠다"고만 답했다.
강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는 이날 새벽 자신의 블로그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후속 취재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블로그에는 이 교수가 한국 생활 정리, 요트와 구입대금 송금, 숙박 및 렌터카 예약 등의 내용의 글을 게재했었다.
한편 이날 역시 정치권에서는 강 장관과 이 교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인 성일종 의원도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씨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며 "이 정권의 핵심들은 자기들 하고 싶은대로 다 하면서 힘없는 국민에게만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권에서도 강 장관을 향한 질책이 나왔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전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방역에서 자유로운 국민은 있을 수가 없다"며 "장관의 배우자이면서 대학 명예교수로 계시니까 공인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직자나 공인들의 그런 부적절한 처신들은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면으로 진행한 상무위원회에서 "모두의 안전을 위해 극도의 절제와 인내로 코로나19를 견뎌오신 국민을 모욕한 것"이라며 "국민의 추석 민심이 코로나 불평등과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정치에 대한 분노였는데 (강 장관 남편 일은) 들끊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