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칙 발표…전쟁·인종차별·핵무기 등에도 반대
교황 "팬데믹, 세계 시스템 취약성 노출"…더 나은 정치 촉구
프란치스코 교황은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시스템의 취약성이 노출됐다면서 대화와 연대를 바탕으로 한 더 나은 정치를 호소했다.

EFE,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발표한 새 회칙 '모든 형제'(Fratelli Tutti)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교황은 회칙에서 "여러 나라가 이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은 별개로 하더라도 함께하지 못하는 무능함이 확연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공포와 불확실성으로 "우리의 삶의 방식, 관계, 사회 조직, 무엇보다도 우리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팬데믹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서 이번 위기가 지나간 후에는 다시금 "과열된 소비지상주의와 이기적인 자기보호의 새로운 형태"로 빠지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공동체는 더 나은 종류의 정치, 진정으로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낙수 효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빈곤층을 돕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경제 불평등을 언급했다.

그는 "시장 그 자체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지난 2007∼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기존의 경제 시스템을 재고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교황은 합법적 방어의 수단으로 전쟁을 정당화하는 가톨릭교회의 교리도 거부했다.

그는 해당 교리가 수 세기 동안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됐고 더는 실행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이전 세기 정의로운 전쟁의 가능성을 언급하기 위해 기술된 합리적 기준을 오늘날 적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황은 이주민과 인종차별 문제, 정치적 양극화 확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으며, 핵무기와 사형제의 폐지를 재차 촉구했다.

회칙은 교황이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와 주교에게 전하는 최고 권위의 사목 교서로, 이번 회칙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즉위한 이후 발표한 세 번째 회칙이다.

이번 회칙의 이름(모든 형제)을 두고 영어권 국가에서는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교황청은 'Fratelli'라는 단어가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