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부작성·QR코드 어려운 취약계층들…"개선방안 시급"
"명부작성 못하면 밥 못먹나요"…'또다른 차별' 출입명부
시각장애인인 대학생 홍모(25)씨는 혼자 카페에 들러 시간을 보내곤 했으나 얼마 전부터 발길을 끊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된 '출입명부'를 혼자 힘으로 작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씨는 "눈이 보이지 않으니 수기명부는 당연히 작성할 수 없고, QR코드를 이용한 전자출입명부 역시 시각장애인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시설에 들를 때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해 나도 모르게 위축됐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장소는 물론 음식점이나 카페,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도 출입명부가 의무화됐다.

휴대전화 번호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출입명부 작성은 어느덧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았지만, 한편으로는 휴대전화를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또 다른 차별로 작용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에 따르면 QR코드 인증이 가능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들의 시각장애인 접근성은 매우 열악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센터가 올해 7월 네이버와 카카오톡, PASS 등 QR코드 인증이 가능한 앱을 조사한 결과, 특정 동작이 화면 읽기 프로그램과 제대로 호환되지 않거나 QR코드 이미지가 생성된 후에도 음성 안내가 제공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특히 생성된 QR코드를 유효시간인 15초 이내에 단말기에 정확히 인식시키는 일이 시각장애인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김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책임연구원은 "어찌어찌 QR코드를 활성화해 인증을 해보려 해도 짧은 시간 안에 어디 갖다 대야 할지 몰라서 굉장히 난감하다"며 "남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시각장애인들은 창피함과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명부작성 못하면 밥 못먹나요"…'또다른 차별' 출입명부
휴대전화가 아예 없는 경제적 취약계층도 시설 이용 등이 제약되는 일이 잦다.

지난달 18일 서울역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햄버거를 사려던 한 노숙인이 휴대전화가 없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절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를 목격한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소셜 미디어에 "현재와 같은 방역지침은 자기증명이 취약한 이들에 대한 차별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글을 올렸다.

코로나19 사태로 무료급식 시설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인 데다, 휴대전화번호로 신분을 증명할 수 없는 탓에 식당에서 밥을 먹기도 힘들어져 노숙인들이 이중고를 겪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영 국장은 "다양한 계층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 보니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손쉽게 쫓겨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방역으로 인한 피해가 약자에게만 집중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하는 장소나 시설명을 기재하는 등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대안을 정부가 고민하고 적용했어야 한다"며 "지금의 일괄적 방역지침은 노숙인뿐 아니라 노인과 어린이,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들 등을 사각지대에 내몰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