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4일 엔비디아가 공개한 2024회계연도 2분기(2023년 5~7월) 실적 전망치(가이던스)가 세계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다. 회사가 제시한 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110억달러(약 16조원). 증권사 전망치 평균값(71억8000만달러)을 53.2%나 웃돈 깜짝 실적 전망에 월가에선 ‘빅뱅’(번스타인), ‘역사적 순간’(모건스탠리)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6개월 전 시작된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엔비디아에 AI 반도체 주문이 폭주한 영향이다. 이후 엔비디아는 AI산업을 주도하며 글로벌 시가총액 2위(지난 20일 기준 2조8920억달러)에 올라 있다.<엔비디아 레볼루션>은 1993년 미국 실리콘밸리 외곽의 주택 차고에서 탄생한 엔비디아가 게임용 그래픽 카드 전문 기업을 거쳐 ‘AI 시대 슈퍼스타’로 떠오르기까지 33년의 역사를 다뤘다. 금융 전문 매체 배런스의 태 킴 수석기자가 젠슨 황 등 공동 창업자 세 명과 초기 투자자 및 경쟁사 관계자 등 100여 명을 취재한 뒷얘기를 생생하게 풀어냈다.책은 엔비디아가 2023년 AI 붐에 올라탈 수 있었던 건 치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젠슨 황은 2013년부터 AI 시대를 예견하고 회사의 중심에 AI 반도체를 뒀다.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하며 AI 대중화의 문을 열었지만, 그 열매를 엔비디아가 독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젠슨 황은 어떻게 AI 시대를 예측했을까. 천재성의 발로란 얘기도 있지만, 저자는 엔비디아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꼽는다. 보고 문화부터 독특하다. 엔비디아 직원은 젠슨 황에게 1~2주에 한 번 ‘톱5 이메일’을 보낸다. 주력하는 상위 업무 5개와 시장의 주요 이슈를 정리한 일종의 보고서다. 젠슨 황은 일요일 저녁 직원
한자로 인간은 ‘人(사람 인)’에 ‘間(사이 간)’을 사용한다. 인간의 의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공간은 ‘空(빌 공)’에 ‘間(사이 간)’을 사용한다. 공간에도 ‘間’이 들어가 있다. 공간의 의미는 비어 있는 것과 비어 있는 것 사이의 관계에서 찾는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건축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공간 인간>에서 “‘인간’과 ‘공간’ 두 단어의 구성이 비슷하듯 인간과 공간은 서로 협력하면서 진화해 왔다”고 말한다. 이번 그의 신간은 수십만 년 이상 인간과 공간이 공진화해 온 긴 역사를 담았다. 모닥불에서 시작해 피라미드, 수도교, 하수교, 엘리베이터와 고층 건물, 자동차와 고속도로, 스마트폰까지 건축 공간이 만드는 관계가 어떻게 사회를 진화시켜 왔는지 보여준다.대다수 역사책은 인류의 역사를 왕, 정치가, 전쟁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널리 알려진 세계사는 사실상 ‘전쟁사’다. 하지만 건축가인 저자는 역사를 공간이라는 프리즘으로 읽어냈다. 그는 “세계사를 공간의 눈으로 보면 성취와 진화의 과정으로 읽힌다”며 “인류는 건축 공간을 이용하면서 진화 속도를 가속해 왔다”고 말한다. 또 계단처럼 진화하는 역사에서 “계단 턱을 올라가는 데 도움을 준 것이 ‘새로운 공간’”이라고 설명한다.건축 공간에서 최초의 구심점이던 모닥불은 수십 명의 사람을 모았고,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백 명 규모의 집단을 만들게 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명한 벽돌은 지구라트 신전을 세우게 했고, 인간 사회는 수만 명 규모로 성장했다. 피라미드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제시한 한나 아렌트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철학자로 꼽힌다. 학자의 사상은 그 사람의 저술로만 온전히 이해될 수 없다. 아렌트의 사상 역시 그의 삶과 분리되지 않았다.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랑>은 아렌트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그의 철학을 탐구하는 책이다. 20세기 초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난 아렌트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경험했고, 고향 땅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쫓겨나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나치 정권의 부상과 냉전 등 그의 삶은 서구 역사의 결정적인 장면과 맞닿아 있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인류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 선과 악, 죄책감과 책임이란 개념이 시험대 위에 오르고 재정립되는 때였다.그의 사고 역시 삶과 밀접하게 얽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렌트가 마주한 세상의 악, 사랑, 망명, 무국적, 그리움에서 얻은 구체적인 경험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전체주의로 바뀔 수 있는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등 철학으로 풀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아렌트가 “세상을 너무 사랑해서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었다”고 평가한다.마르틴 하이데거, 발터 베냐민, 시몬 드 보부아르, 장폴 사르트르 등 동시대 철학자 및 문인들과 교류한 이야기도 담겼다. 하이데거와의 관계, 나치 독일에서의 극적인 탈출, 국외자로서의 경험이 어떻게 그를 행동하는 여성으로 만들었는지 풀어낸다.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