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실까봐 불안해요"…요양병원 환자가족 '슬픈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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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접촉 면회도 못하고 영상통화만…"개선방안 시급" 의견도
"영상통화를 한다고 한들 따뜻하게 손잡아 주는 것만 할까요.
병원이 차로 10분 거리인데 명절에도 아버지를 혼자 남겨둘 생각을 하니 답답합니다.
"
뇌경색으로 쓰러져 요양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둔 김은자(60)씨는 추석을 앞두고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면회를 가지 못한 지 벌써 반년 남짓. 김씨는 혹여 얼굴 한 번 못 뵙고 돌아가시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한다.
그는 1일 "아버지가 말도 못 하고 가족들 얼굴도 제대로 못 알아봐 병원에서 시켜주는 영상통화는 별 소용이 없다"며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속이 탄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추석 연휴에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면회금지 조치를 유지하기로 하자 아픈 부모를 찾아뵙지 못하는 자식들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서는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의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면회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투명 차단막·비닐 등을 활용한 '비접촉 면회' 역시 임종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1년 전 중증환자인 할머니를 요양병원에 입원시켰다는 김모(29)씨는 "몇 달 전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할머니의 얼굴을 본 게 마지막"이라며 "그때 찍어둔 동영상을 가족들이 아직도 돌려 본다"고 했다.
가족들의 호소에 대부분 병원에서 영상통화를 통해 입원한 노인들의 얼굴이라도 볼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경남의 한 치매노인 시설에서 근무하는 조모(58)씨는 "소통이 어려운 어르신이 대부분인 데다, 간호사·간병인들도 워낙 업무가 바빠 가족들의 요구만큼 길게 통화를 시켜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 소리가 옆 침대에 누운 환자들에게도 다 들려서 보호자가 없는 어르신들은 우울해하기도 한다"며 "상태가 나쁜 환자 가족들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울면서 면회를 요청하곤 하는데 매번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제까지 코로나19를 이유로 면회를 전면 중단할 수만은 없지 않으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감염병 상황이 길어지는 만큼 그에 맞는 요양병원 면회 체계를 만들어달라고 촉구하는 글이 거듭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시설에 계신 어르신들은 대개 치매나 우울증세를 동반한 중증환자"라며 "코로나19 상황을 아무리 설명해드려도 '자식들이 나를 버리고 갔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몸이 더 아파지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 시행방안을 마련해 요양병원에 지침을 내린다면 안전한 방식으로 면회가 가능할 것"이라며 "임시 면회소를 만들어 사전 예약제를 시행하고, 면회인에게 방호복을 입히는 등의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둔 오모(30)씨도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됐을 때에도 면회 방식을 병원 재량에만 맡겨 번거롭다는 이유로 비접촉 면회를 허용하지 않는 병원이 있었다"며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정부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병원이 차로 10분 거리인데 명절에도 아버지를 혼자 남겨둘 생각을 하니 답답합니다.
"
뇌경색으로 쓰러져 요양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둔 김은자(60)씨는 추석을 앞두고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면회를 가지 못한 지 벌써 반년 남짓. 김씨는 혹여 얼굴 한 번 못 뵙고 돌아가시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한다.
그는 1일 "아버지가 말도 못 하고 가족들 얼굴도 제대로 못 알아봐 병원에서 시켜주는 영상통화는 별 소용이 없다"며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속이 탄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추석 연휴에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면회금지 조치를 유지하기로 하자 아픈 부모를 찾아뵙지 못하는 자식들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서는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의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면회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투명 차단막·비닐 등을 활용한 '비접촉 면회' 역시 임종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1년 전 중증환자인 할머니를 요양병원에 입원시켰다는 김모(29)씨는 "몇 달 전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할머니의 얼굴을 본 게 마지막"이라며 "그때 찍어둔 동영상을 가족들이 아직도 돌려 본다"고 했다.
가족들의 호소에 대부분 병원에서 영상통화를 통해 입원한 노인들의 얼굴이라도 볼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경남의 한 치매노인 시설에서 근무하는 조모(58)씨는 "소통이 어려운 어르신이 대부분인 데다, 간호사·간병인들도 워낙 업무가 바빠 가족들의 요구만큼 길게 통화를 시켜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 소리가 옆 침대에 누운 환자들에게도 다 들려서 보호자가 없는 어르신들은 우울해하기도 한다"며 "상태가 나쁜 환자 가족들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울면서 면회를 요청하곤 하는데 매번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제까지 코로나19를 이유로 면회를 전면 중단할 수만은 없지 않으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감염병 상황이 길어지는 만큼 그에 맞는 요양병원 면회 체계를 만들어달라고 촉구하는 글이 거듭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시설에 계신 어르신들은 대개 치매나 우울증세를 동반한 중증환자"라며 "코로나19 상황을 아무리 설명해드려도 '자식들이 나를 버리고 갔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몸이 더 아파지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 시행방안을 마련해 요양병원에 지침을 내린다면 안전한 방식으로 면회가 가능할 것"이라며 "임시 면회소를 만들어 사전 예약제를 시행하고, 면회인에게 방호복을 입히는 등의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둔 오모(30)씨도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됐을 때에도 면회 방식을 병원 재량에만 맡겨 번거롭다는 이유로 비접촉 면회를 허용하지 않는 병원이 있었다"며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정부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