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송 위임장에 찍힌 피해자들 도장 '막도장'과 비슷"
투자피해자 소송 대리한 로펌의 수상한 계약서…'각하' 판결
국내 한 법무법인이 투자 사기 피해자들을 대리해 소송을 냈다가 소송대리를 위임받았는지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도영 부장판사)는 투자 사기 피해자 40명이 이숨투자자문 대표 송창수 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을 각하하고, 소송 비용은 모두 원고 측 소송대리를 맡은 A법무법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각하는 소송·청구가 부적법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아예 내용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이숨투자자문은 '해외 선물 투자로 원금을 보장해주겠다'는 명목으로 1천300억 원대 투자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파장을 낳은 무허가 수신업체다.

송씨는 사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으로 징역 13년과 징역 4년을 각각 대법원에서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A법무법인은 2017년 11월 피해자들을 대리해 총 18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재판 과정에서 송씨 측으로부터 소송대리를 위임받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법원의 명령에 따라 A법무법인이 일부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사건 위임 계약서를 제출했지만, 이 계약서가 민사 소송을 위해 작성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아울러 A법무법인은 일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끝내 위임계약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A법무법인에 적법하게 소송대리를 위임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법무법인이 소송 제기 당시 제출했던 소송 위임장에는 위임인 내역이 첨부돼 있는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옆에 있는 도장이 전자적인 형태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모든 도장 흔적이 같은 크기와 모양, 같은 글씨체로 돼 있고 소위 막도장의 형태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