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켜 놓으면 혹시라도 음악 소리를 듣고 학생들이 올까 봐 항상 볼륨을 최대로 키워놔요.
예년 같았으면 애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빵도 먹고 햇볕도 쬐면서 쉬다 갔을 텐데…." 서울 노원구 A대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모(60대 중반)씨는 지난 23일 점심시간을 앞둔 오전 11시께 텅 빈 테이블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하도 학생들이 안 와서 서른 가지 넘던 메뉴를 한 가지로 줄였는데 그마저도 안 팔린다"고 토로했다.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재학생 소비에 의존했던 대학 입주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많은 대학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교문을 걸어 잠그면서 외부인 손님도 뚝 끊겨 이중고에 처했다.
'수개월째 성에 갇힌 채 임대료만 내는 꼴'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 "코로나 확산에 반년째 개점휴업"…매점 냉장고 '텅텅' 지난해 9월 A대학 내 매점을 개업한 김모(65)씨도 먼지 내린 매대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김밥, 샌드위치 등 각종 신선식품이 진열돼있던 매대는 텅 비어있었다.
김씨는 "주거 밀집 지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편의점과 달리 대학 입주업체는 대부분 건물 구석구석에 있어 재학생이 아니고선 찾기 힘들다"며 "코로나19로 교내 동아리 활동도 자제하는 분위기라 새 학기가 시작된 3월부터 지금까지 적자만 누적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김밥 등 신선식품을 찾는 사람이 하루에 한 명도 없다 보니 유통기한이 짧은 냉장식품은 잘 안 들여온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도 푸드코트 앞은 한산했다.
외부 손님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있었지만 이용객은 한 명도 없었다.
A대학 3학년인 김모(22)씨는 "점심시간이 되면 재학생들과 대학 부속 유치원 학부모들이 테이블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던 곳"이라고 회상했다.
◇ 확진자 발생 대학내 업체들 "엎친데 덮친 격"…일부 대학 임대료 인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학에 입점한 업체들은 더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인천 B대학은 18일 한 학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교내에서 접촉한 교수와 학생 등 33명을 검사했다.
33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캠퍼스를 찾는 학생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4년째 B대학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노모(50)씨는 기자로부터 대학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을 듣고서 "며칠간 통 손님이 없었는데 그거 때문이었네"라며 말끝을 흐렸다.
노씨는 "전공 서적을 사는 학생들이 줄었고, 문구류를 사는 사람은 아예 없다"며 "적자를 메꾸기 위해 학생들 대상으로 택배 서비스까지 도입했지만 매출 타격이 너무 크다"고 전했다.
대면 강의를 강행했다가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줄이 나온 부산 C대학에서는 카페, 식당 등 입주업체 3곳이 운영을 중단했다.
C대학 관계자는 25일 통화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전면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다"며 "확진자가 나온 캠퍼스 내 업체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 내 확진자가 산발적으로 나오면서 학생들이 비대면 강의를 선호하고 있어 대학 입주업체들의 한숨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동대문구 D대학에 다니는 이모(23)씨는 "대면 강의를 강행하다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사례를 보면서 2학기에도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학내 커뮤니티에서도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은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임대료를 인하하는 등 입주업체와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A대학 총무인사팀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로 3월부터 대학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에게 임대료를 50% 감면해주고 있다"면서 "감면액을 합하면 1억원이 넘을 정도로 손실이 크지만 교내 입주업체가 학생 복지시설인 만큼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봉구 E여대 홍보전략실 관계자도 이메일 인터뷰에서 "대학 입주업체 11곳에 이번 달부터 내년 2월까지 임대료를 50% 감면하기로 했다"며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학내 임대 업체의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을 추구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관광지의 유명 랜드마크만 콕 짚어 방문하는 이른바 '도장 깨기' 방식의 여행 패턴이 저물고, 고유의 매력을 지닌 '로컬 숙소와 콘텐츠'가 새로운 관광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관광 인프라보다 '그곳에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콘텐츠가 여행지를 선택하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030세대의 국내 여행 수요는 케이블카, 전망대, 구름다리 등 획일적인 관광 시설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특색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체험을 제공하는 콘텐츠가 지역 관광 수요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는 것이다.에어비앤비가 발표한 '데이터로 보는 국내 지역 여행'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여행의 주요 목적은 '미식'이 64.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체험형 프로그램 참여(7.8%)와 드라마·영화 촬영지 등 지역 콘텐츠 관련 방문(3.9%)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다만 연령대별로는 차이가 있었다. 20대 응답자의 '대전' 방문 비율은 7.3%로 부산, 강원, 제주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다른 연령대에서 대전 방문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업계는 이를 '빵지순례'로 대표되는 지역 대표 콘텐츠가 관광 수요를 창출해낸 사례로 보고 있다. 행정구역의 인지도보다 콘텐츠가 여행지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여행객은 지역 관광의 가장 큰 약점으로 콘텐츠 부족을 꼽았다. 지역 여행을 주저하는 이유로 '볼거리나 체험 콘텐츠 부족'이라는 반응은 단일 응답 기준 13.4%, 중복 응답 기준 36.8%였다. 또 지역
‘제4의 벽’은 연극예술을 정의하는 핵심 개념이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벽은 배우와 관객을 철저히 분리한다. 이 견고한 원칙을 깨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객체에 머물던 관객을 사건의 주체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예술적 쾌감이 발생한다.배우 겸 화가 박신양(사진)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 역시 이런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실험적 접근이다. 연극 개념을 미술에 대입해 작가와 관람객의 심리적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 6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전시를 두고 배우로 40여 년, 화가로 10여 년을 보내며 생긴 두 개의 예술적 자아를 충돌시킨 결과라고 이렇게 설명했다. “흥미로움을 유발하고 평면적이지 않은 느낌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전시에는 ‘당나귀’ 연작, ‘투우사’ 연작 등 작가의 대표작 200여 점이 걸렸다. 그림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건설현장에서 쓰는 유로폼 거푸집을 벽면에 둘렀고, 15명의 배우가 정령으로 분장해 전시장을 누비는 점이다. ‘화이트큐브’라고 불리는 하얀 벽에 회화가 정갈하게 걸리고, 그림 감상을 위해 모두가 숨죽이는 통상적인 전시와 거리가 있다. 전시장을 작가의 작업실처럼 연출해 관람객을 초대한다는 일종의 연극적 설정이다. 박신양은 “즐겁고 편안하게, 쉽게 볼 전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2만원.유승목 기자
해외 여행지에서 숙소를 고를 때, 1순위 조건 중 하나가 핀란드식 사우나가 있는 지 여부였다. 한국에도 온·냉탕과 건식·습식 사우나를 기본으로 하는 대중 목욕탕이 많지만, 다른 사람과 동선이 겹치지 않고 오롯이 혼자 즐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는 투숙객에게만 제공되는 프라이빗 사우나를 갖춘 곳이 많아 일상에서의 묵은 때를 그곳에서 벗겨내곤 했다. 사우나 매니아로서, 한국에도 프라이빗 사우나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중에서도 지난달 문을 열자마자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며 예약 '오픈런'을 일으키고 있는 곳. 서울 신사동의 시수하우스를 직접 찾았다. 저온에서 오래 버티는 핀란드 사우나시수하우는 '프라이빗 핀란드식 사우나'를 표방한다. 뜨겁게 달궈진 돌 위에 물을 부어 발생하는 수증기, 즉 '로울루(Löyly)'를 즐기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습식사우나 보다 온도가 낮아 호흡이 편안하고, 그만큼 오랫동안 온기를 즐길 수 있다. 건물은 주택가에 위치해 소음이 없고 조용하다. 입장시 간단하게 사우나 이용 방법에 대한 안내를 받는다. 전문가의 20분 케어(마사지) 후 사우나를 70분간 하는 코스, 또는 사우나 단독으로 90분만 즐기는 코스 두 가지 중 선택 가능하다. 특히 인상적인 건 나만의 루틴을 기록할 수 있는 안내지다. 단순히 씻는 행위를 넘어, 하나의 '의식'처럼 사우나를 즐기게 만드는 흥미로운 장치다. 간단한 안내가 끝나면, 샵에서 직접 블렌딩해 만든 재료를 담은 배스솔트 파우치와 체크인 카드를 받는다. 건물에는 총 6개의 프라이빗 사우나가 있는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