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현우 "'남산' 전두혁도, '악의꽃' 김무진도 저 맞아요"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

배우 서현우라는 이름 석자는 모르더라도 그가 출연했던 작품 속 그의 캐릭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2010년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으로 데뷔한 서현우는 영화 '고지전', '관상', '끝까지 간다', '택시운전사', '1987' 등 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하며 필모그라피를 쌓아 왔다.

지난해에도 '나를 찾아줘'에서 유일하게 아이의 실종 전단지에 관심을 갖던 김순경부터 '백두산'의 차장과 '해치지 않아'의 오비서, OCN '모두의 거짓말' 정영문(문창길) 회장의 오른팔 인동구까지 쉼없는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남산의 부장들'에서 전두혁 역을 맡으며 소름끼치는 연기로 '그분'을 소환했던 서현우는 지난 23일 종영한 tvN '악의 꽃'에서 자신의 이름과 과거를 지우고 살아가던 도현수(이준기)를 유일하게 알아채고, 그를 돕는 조력자가 된 김무진 기자 역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전까지 연기한 캐릭터의 색은 완벽하게 지웠다. 누구보다 특종과 출세 욕구가 강하지만, 동시에 인간적이며 14년 전 첫사랑을 품고 살아가는 순애보까지 김무진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는 평이다.
[인터뷰+] 서현우 "'남산' 전두혁도, '악의꽃' 김무진도 저 맞아요"

"'악의 꽃'으로 제 나이 찾았죠"


캐릭터마다 완벽한 변신으로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그는 1984년에 태어나 올해 36세다. '악의 꽃'을 끝낸 소감을 묻는 서현우에게 "이번엔 제 또래를 연기했다"면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문채원 씨보다 어린 동생을 연기한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면서 특유의 위트를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캐릭터의 성향도 쉽지 않았지만, 혹독한 다이어트로 김무진의 외형도 만들어갔다. 가장 체중이 많이 나갔었던 '그놈이다'와 비교했을 때 23kg, '남산의 부장들' 전두혁과 비교해도 18kg을 뺀 몸이었다. "나트륨과의 전쟁이었다"며 준비 과정을 전했던 서현우는 "감독님이 로맨스를 하려면 필요하다고 하셨다"면서 다이어트 이유를 전해 다시 한 번 폭소케 했다.

올해 초부터 시작해 봄, 여름, 가을까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악의 꽃' 촬영에 임했던 만큼 애정도 더욱 컸다고. 서현우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특수한 상황도 겪고 장마도 유달리 길었다"며 "안전하게 촬영을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스태프들에게 제대로 인사를 전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거듭 "꼭 감사했다는 말을 기사에 담아 달라"고 당부했다.

밉상부터 조력자, 멜로까지


각각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 숨 쉬는 '악의 꽃'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김무진은 스펙트럼이 가장 넓은 역할이었다. 연출자인 김철규 PD가 서현우에게 요구한 것도 "진지함과 위트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으면 한다"며 "극 자체가 무거워질 수 있으니 숨통을 트이게 하는 구멍이 됐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감독님 말씀을 듣고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그걸 어떻게 준비하냐고요.(웃음) 이걸 하나하나 겹을 씌워 준비해 가야 할 지, 아님 다른 방법이 있을까 하다가 인물에 대한 분석은 나름대로 준비하지만, 극중에서 반응하는 부분들은 현장에서 찾자고 마음먹었죠. 상대 배우가 주는 호흡, 공간이 주는 느낌, 김무진의 소품들이 주는 기운 등을 받으려 최대한 열어 놓으려 했어요. 사람마다 다른 태도를 취하니 캐릭터가 변화무쌍해지더라고요. 그게 감독님 작가님 의도에 맞게 그려진 거 같아서 저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서현우의 고민 덕분에 김무진은 극 초반 특종만을 쫓고 도현수를 압박하던 '밉상'에서 도해수(장희진)에 대한 지고지순한 로맨스까지 설득력있게 그려졌다. 극이 긴장 상태로 팽팽한 상황에서 웃음을 안긴 것도, 사고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은 도현수에게 차지원(문채원)에 대한 마음을 일깨워준 것도 김무진이었다.

몸을 사라지 않았던 연기…"다음엔 제대로 된 로맨스"

[인터뷰+] 서현우 "'남산' 전두혁도, '악의꽃' 김무진도 저 맞아요"
김무진의 활약이 컸던 만큼 고생도 많았다. 특히 극 초반 등장했던 감금 장면은 3일 동안 촬영했다고.

"촬영장에 가면 손에 케이블 타이를 묶고, 화장실도 편히 못가고, 실제로 감금됐다는 정서를 느꼈어요. 묘한 체험이었죠. 그런데 이준기 형이 굉장한 에너지를 주더라고요. 즉흥적으로 '티키타카'가 잘 맞았어요. 초반에 그렇게 묵직하게 긴 장면을 찍어서 그런지 그 다음부터 믿음이 피어오르더라고요."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내며 "이젠 김무진을 잘 보내주고 다음엔 완벽하게 새로운 모습을 연기하고 싶다"던 서현우에게도 아쉬움은 있었다. 바로 로맨스였다.

서현우는 "어떻게 제대로 밥 한 번 못 먹고, 손 한 번 못 잡아 보고 끝나냐"고 웃으며 "다음에 저에게 기회가 온다면 현실적이면서 '찐'한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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