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극복을 위한 제약사들의 도전이 또 다시 한번 좌절됐다.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타우 단백질을 활용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치료제 임상시험에 실패했다. 로슈는 이보다 좀 더 질환이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이어가기로 했다.

24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로슈와 AC이뮨이 함께 개발하던 알츠하이머 치료제 '세모리네맙' 임상 2상 시험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AC이뮨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500명에게 세모리네맙과 위약(가짜약)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세모리네맙은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물질이다.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가 잇따라 실패하면서 세계 제약사들은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13개 알츠하이머 인지 평가 기준 등을 토대로 약효를 확인했지만 모두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안전성은 확인된 것으로 업체 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임상에 참여한 환자보다 증상이 심한 중간정도 수준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해당 임상 결과는 내년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드레 파이퍼 AC이뮨 대표는 이번 임상에 대해 "놀랍고도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라셸 도디 로슈 글로벌책임자는 미국 바이오매체 피어스바이오텍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번 결과에 실망했지만 타우 단백질의 역할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로슈는 올해 7월 UCB로부터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UCB0107)을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1억2000만 달러, 개발 성과 등에 따른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포함해 최대 20억 달러(2조3900억원) 규모다. 세모리네맙에 이어 로슈가 도입한 두번째 타우 단백질 타깃 치료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