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서 번아웃 증후군 극복과정 담아
손미나 "모든 열쇠는 마음속에…떠나지 않아도 된다"
KBS 아나운서, 여행 작가, 소설가,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편집인,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서울 교장, 여성 멘토….
손미나(48)의 이미지는 화려하다.

거쳐 온 직업은 한 손가락에 담을 수 없을 정도고,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해 세계 곳곳에 사귀어 둔 친구들도 많을 것 같다.

그렇게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이미지의 그는 자신이 일 중독자였으며,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려왔다고 고백한다.

새 에세이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위즈덤하우스)를 통해서다.

그는 쉬러 간 태국 리조트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짙은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마주한 뒤 인도인 구루(스승)에게서 '모든 일을 완전히 접고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해라'라는 긴급 처방을 받는다.

이후 쿠바, 코스타리카, 이탈리아를 몇 달 간 여행했고 이를 통해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하는 과정을 책으로 담았다.

12일 서면으로 만난 손미나는 "여행을 떠나라고 하는 게 아니다.

어딜 돌아다녔다고 으스대거나 어디론가 멀리 가야만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저는 여행이 직업이니까 다니면서 길 위의 스승들을 만나 이런 깨달음을 얻고 치유를 받는데요, 수많은 사람에겐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죠. 대신 저는 그런 저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일종의 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히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결국 모든 것의 열쇠가 자기 마음속에 있거든요.

"
그는 "난 어리석게도 돌고 돌아 이런 사실을 알게 됐지만 독자분들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도, 동네 공원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발견하는 경험을 하실 수 있다"고 말했다.

손미나 "모든 열쇠는 마음속에…떠나지 않아도 된다"
여행 작가가 쓴 책답게 그가 묘사하는 이국적인 풍경, 현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동시에 내면 안에 깊이 간직해 온 생각과 감정이 솔직하게 펼쳐져 깜짝 놀라기도 한다.

손미나는 "책을 쓰는 과정은 내겐 속이 후련해지는 힐링의 시간"이었다며 "이것은 개인적인 고백일 뿐 아니라 수많은 현대의 한국인들을 위한 위로"라고 의의를 부여했다.

"언론에 몸담고 인생학교를 운영하면서 등 한번 따뜻하게 쓸어주는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거든요.

치열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이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글쟁이로 살고, 사회적 책임을 안고 있는 저에게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독자들에게 "본인을 사랑하는 각자의 방법을 찾아가기를"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경제도 어렵고 경쟁이 너무 치열한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당분간은 더 어려운 시기가 이어질 테죠. 개인적인 짐과 인생의 무게에 시대적인 도전까지 더해져 모두가 힘들 때인데요.

표류하는 돛단배에 타고 풍랑을 맞아도 내가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살아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
우울감을 이겨내고 일상으로 복귀한 뒤 그는 "요즘은 잠도 잘 자고,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서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많다.

바깥세상의 파도에 의연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언론사 일과 인생학교 서울 교장직을 모두 내려놓은 그는 "내가 할 역할은 다 했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요즘엔 유튜브로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제 일이라 생각해서 얼마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수많은 콘텐츠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채널을 만들고 한국과 세상을 연결하는 일, 또 강연 등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을 계속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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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나 "모든 열쇠는 마음속에…떠나지 않아도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