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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기업 마구잡이 고발하고 법원 가서 해결하라는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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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 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지침’ 시행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이번 지침이 고발 판단기준을 공개해 기업의 불확실성을 낮추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 기업은 여전히 고발 리스크에 시달릴 것이란 지적이 많다.

    공정위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 제출을 요구하는 자료는 계열사 설립 및 출자, 계열사 지분구조, 최대 주주의 지분 보유현황 등 매우 방대하고 복잡하다. 이들 자료와 관련해 기업이 잘못 보고하거나 보고 내용을 누락했을 때,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총수와 법인을 검찰에 고발해왔다. 하지만 검찰에 가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거나 재판으로 넘어가도 무죄 판결이 나는 경우가 빈발해 ‘과잉행정’이란 비판이 많았다.

    이번 지침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 공정위는 고의성과 중대성을 ‘현저’ ‘상당’ ‘경미’ 등 세 단계로 나눠 검찰 고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한다. 상당한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에만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런 판단 자체가 자의적이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가 계열사 20곳에 대한 신고를 누락했다는 혐의로 2018년 검찰에 고발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네이버는 “실무상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공정위는 “고의성 있는 중대한 법 위반”이라며 검찰 고발을 강행했다. 결국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새 지침에서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고의성 판단 기준이 모호해 공정위 조사관의 주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변한 게 없다는 얘기다. 결국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고의성 여부가 판가름나는 구조는 그대로다.

    공정위는 이런 지적에 대해 “판례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 “법원 및 검찰과 공정위의 시각차도 시간이 지나면 좁혀질 것”이라고 강변한다. 맘대로 기업을 고발할 테니 검찰이나 법원에 가서 해결하라는 전형적 행정편의주의이자, 공정위 고발로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무책임의 극치다. 이런 환경에서 어느 기업이 성장하려고 하겠는가. 자료 누락만으로도 고발당하는, 선진국에는 없는 사전규제인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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