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상 상황 속 제10회 나르니 음악제 성공적 종료
2주간 20여회 앙상블 공연…현지 언론 "높은 퀄리티" 극찬

클래식 본고장 이탈리아서 드높인 한인 음악가의 예술혼
이탈리아반도 한복판에서 한인 음악가의 예술적 감각이 녹아든 수준 높은 한여름 클래식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탈리아 정중앙 움브리아주(州)의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중세풍의 고도(古都) 나르니에서는 지난달 14∼27일(현지시간) 제10회 나르니 국제음악제가 성황리에 진행됐다.

한국 출신 예술감독 아나이스 리(55·한국명 이연승)가 기획·주최한 이번 음악제에는 전 세계에서 100여명의 음악인이 참가해 관객들에게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격정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 감독의 두 아들이자 촉망받는 음악가인 클라리네티스트 아론 키에사(23)와 바이올리니스트 엘리아 키에사(21)도 무대를 빛냈다.

주한이탈리아 한국문화원의 지원 아래 영화 '택시 운전사'와 다채로운 우리 음식 문화를 주제로 한 비디오 클립을 상영하는 등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부대 행사도 마련돼 이탈리아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클래식 본고장 이탈리아서 드높인 한인 음악가의 예술혼
이 음악 축제는 2011년부터 매년 8월이면 어김없이 나르니의 여름밤을 장식했으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최가 불투명했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이미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수많은 음악제가 취소 또는 연기된 상황이었다.

지난 6월 이탈리아 정부의 봉쇄 조처 해제로 엄격한 방역 지침 속에 공연 개최가 허용되자 나르니 당국은 이 감독에게 음악제를 정상적으로 개최해달라고 당부했고 이 감독도 이를 받아들여 뒤늦게 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통상 6개월이 소요되는 준비 기간이 2개월 남짓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이 감독은 수주간 하루 10시간씩 전화기를 붙들고 음악가 섭외에 매달렸다고 한다.

실내·외 무대 선정과 세팅, 프로그램 기획, 행사 홍보 등도 모두 그의 몫이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면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매우 성공적인 축제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클래식 본고장 이탈리아서 드높인 한인 음악가의 예술혼
공연을 보고자 나르니 주민과 관광객은 물론 이탈리아 전역에서 매일같이 많은 관객이 몰려들어 무료입장인 20여개 모든 프로그램의 좌석이 동나는 등 대중적 흥행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19에 따른 오랜 봉쇄로 연주할 기회가 사라진 음악인들에게 마음껏 재능을 뽐낼 멋진 무대를 선사했다는 것도 의미가 컸다.

실제 상당수 음악인은 이번 음악제가 바이러스 사태 이후 첫 연주 무대였다고 한다.

현지 일간 '일 메사제로'는 "봉쇄 이후 행사를 준비할 시간이 크게 부족했음에도 강력한 영향력과 매우 높은 퀄리티를 유지했다"면서 "유럽의 클래식 콘서트계가 질투할 만한 음악 축제였다"고 격찬했다.

클래식 본고장 이탈리아서 드높인 한인 음악가의 예술혼
이 감독은 서울예고를 졸업하고서 1984년 이탈리아로 건너와 유서 깊은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전설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우승한 이탈리아 '스폴레토 콩쿠르' 1994년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계기로 현지 주요 오페라 무대에 서며 두각을 나타냈다.

산타 체칠리아 교수를 지낸 저명한 음악 평론가 레나토 키에사(2013년 작고)와 결혼한 뒤 출산과 육아로 '프리마 돈나'의 꿈을 접고 후진 양성에 몰두하다 2010년 남편과 함께 나르니시와 손잡고 나르니 국제음악제를 창설했다.

이 감독은 5일 연합뉴스에 "코로나19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놀라울 정도로 음악제가 잘 마무리돼 가슴 뿌듯하다"면서 "짧은 준비 기간 탓에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음악제 출범 10주년 행사는 내년 8월에 대대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본고장 이탈리아서 드높인 한인 음악가의 예술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