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9년이 된 3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참위 연구용역으로 한국방송통신대 산학협력단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살균제 23종 가운데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은 개봉된 77개 시료에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농도가 280∼9천ppm의 편차를 보였다.
사참위는 "판매 기간인 2004∼2011년 출시 제품 중 PHMG 농도가 일정하게 검출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제조·판매한 '애경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농도가 최대 19배 차이가 났으며, 출시기간인 2002∼2011년 전체를 따져도 농도는 제각기 달랐다.
PHMG와 CMIT, MIT는 인명피해를 낸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이다.
사참위에 따르면 뚜껑을 열지 않은 제품 9종에서도 농도가 일정치 않게 검출됐다.
용마산업사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각각 다른 이름으로 납품한 가습기살균제는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원료와 공정으로 제조됐으나 PHMG 농도는 약 500ppm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사참위는 "개봉된 제품은 물이 증발하는 등 요인으로 인해 원료물질의 농도가 일부 달라질 수는 있다"며 "같은 제조업체에서 만든 미개봉 제품들에서도 농도 차이가 발생한 것은 제조 과정에서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분명히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최예용 사참위 가습기살균제사건소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는 농약성분과 마찬가지인 액상의 살균제를 가습기 물통에 넣도록 만든, 근본적으로 잘못된 제품인데 제품 내 살균물질 농도관리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것"이라며 "높은 살균물질 농도의 제품 사용자들에게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별도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참위는 아울러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분담금 부과를 위해 2017년 진행한 현장조사에서 제품 안에 든 화학물질 정보를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검증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품에 살균물질이 없다'는 환경부 판정이 나와 분담금을 면제받은 '맑은나라 가습기살균제'는 사후 분석 결과 PHMG가 검출됐고, '향만 첨가됐다'는 판단을 받은 '롯데마트 주부사랑 가습기파트너'에는 MIT가 첨가된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사참위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가 처음 나온 1994년부터 올해까지 출시·판매된 제품은 모두 48종으로, 판매량이 확인된 제품 30종의 판매량은 995만여개다.
사참위는 제품 성분 분석이 아직 되지 않은 25종을 보관 중인 기관·피해자를 상대로 제품 수거 작업을 하고 올해 2차 연구를 진행한다.
이날 발표된 연구결과는 사참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