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새로운 증거 없이 중복 조사해 내린 행정처분 부당"
행정청이 새로운 증거 없이 중복 조사를 벌여 행정처분을 내렸다면 절차상 하자가 있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전북 전주에 있는 A 의료조합이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의료조합이 운영하는 동명의 병원은 2014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보건복지부로부터 각각 1·2차 현지 조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보건복지부는 A 조합에 업무정지 처분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15억3천여만원의 요양급여 비용 환수 처분을 내렸다.

전주시 역시 3억2천여만원의 의료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병원의 일부 간호 인력이 실제 입원환자의 간호업무를 전담하지 않았음에도 A 조합이 마치 이들이 근무한 것처럼 신고하고 요양급여 비용을 받아 갔다고 판단했다.

병원의 환자, 간호사 수 비율이 관련 기준을 초과해 규정에 따라 요양급여 비용을 감산해 청구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은 점도 처분 이유가 됐다.

소송을 제기한 A 조합 측은 "2차 현지 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상 금지되는 중복행정조사"라며 "이를 근거로 한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고 강변했다.

A 조합 측은 "조사관들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기간은 임의로 조사대상 기간에서 제외해 처분 기준상 부당비율이 늘어나게 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법원은 조합의 손을 들어주며 "2차 조사는 요양급여 비용 및 의료급여비용 부정수급 여부를 중복으로 조사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조사명령서는 모두 보건복지부 장관이 작성한 것으로 조사의 주체가 동일하다"며 "장관의 위임을 받아 실제 조사를 수행한 사람의 소속 기관이 동일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각 조사의 주체가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1차 조사 이후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정황을 넘어 새로운 증거가 확보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2차 조사 당시 요구한 자료 중 대부분은 1차 조사 당시에도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