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여진 대비할 심부지진계 설치 '난항'
2017년 11월 경북 포항지진을 촉발한 포항지열발전소에 여진에 대비하기 위한 심부 지진계가 들어왔지만, 설치에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소 부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여진에 대비하기 위해 땅을 사들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대한지질학회 등과 함께 지진계와 지하수 관측설비를 설치하기로 했다.

대한지질학회 등은 지난 5월 지열발전소 지하에 설치할 심부 지진계를 영국에서 제작해 국내에 반입했다.

심부 지진계는 지하 4㎞ 깊이인 지열정 1∼2㎞ 지점에 설치하는 장비다.

지상에 설치하는 지진계보다 더 자세한 지진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주관한 '포항지열발전 안정성검토 태스크포스'에서 활동하는 포항지역 위원들은 심부 지진계를 설치한 뒤 꾸준히 관측함으로써 지진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지열발전소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정부가 지열발전소 땅을 확보하지 못하는 바람에 심부지진계는 3개월 넘도록 포항 북구 흥해읍 남송리 포항지열발전소 창고에 보관돼 있다.

지진계를 활용하지 못한 데 따른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포항시와 산업부가 내년에 예산을 함께 투입해 포항지열발전소 땅을 사들이기로 최근 합의하면서 심부 지진계 설치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진계를 설치해야 하는 지열정 위에 설치된 시추기 철거 문제가 지진계 설치에 발목을 잡았다.

시추기 소유권을 지닌 신한캐피탈은 지난 2월 160만달러(한화 약 19억2천만원)를 받고 인도네시아 업체에 시추기를 매각했다.

이 업체는 기술자를 투입해 지난달부터 지열발전소 주변을 정리한 뒤 이달 초 일부 시설을 철거했다.

이에 포항시와 시의회, 시민단체, 시민 등이 지난 2일 현장에 나와 "포항지진 진상규명을 위한 증거자료를 철거해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항의하면서 철거 중단을 끌어냈다.

또 국무총리 소속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가 오는 9월 29일까지 포항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소 시추기 관련 조사를 하기로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일부 철거가 진행되면서 시추기 하부 구조물 약 3m가 바닥으로 내려앉아 지열정을 막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포항지열발전소 부지가 확보되고 시추기 철거가 중단됐음에도 지진계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포항지열발전 안정성 검토 태스크포스'에서 활동하는 포항지역 위원 중 한 명인 백강훈 포항시의원은 "지진안정화사업의 하나로 지진계 설치를 빨리빨리 마쳐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누군가 큰 틀에서 총괄적으로 봐야 하는데 부지 문제나 시추기 문제를 임시방편으로 대하다가 보니 이렇게 됐다"고 지적했다.

포항지진 여진 대비할 심부지진계 설치 '난항'
포항지진 여진 대비할 심부지진계 설치 '난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