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자발적 성관계라도 속임수 탓이라면 간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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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판결한 1·2심 파기…"성관계와 직접적이지 않은 속임수라도 처벌"
자발적인 성관계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속임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간음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7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 "나랑 사귀려면 내 선배와 성관계해야"…선배로 위장해 간음
A씨는 2014년 7월 당시 14세였던 B씨를 온라인 채팅을 통해 만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속여 성관계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A씨는 B씨에게 다른 사람의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보냈고 사귀기로 합의도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자신을 스토킹하는 여성 탓에 사귀기 어렵게 됐다면서 B씨에게 "스토킹 여성을 떼어내려면 내 선배와 성관계를 하고 그 장면을 촬영해 보내줘야 한다"며 선배와의 성관계를 강요했다.
B씨가 A씨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A씨는 자신이 '선배'인 것처럼 가장해 B씨를 만나 성관계를 하고 촬영까지 했다.
검찰은 A씨를 '위계에 의한 간음'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위계(僞計)는 속임수 등으로 상대방이 오인·착각을 하게 해 불법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뜻한다.
◇ 1·2심 무죄…"자발적 성관계 명백"
1심과 2심은 B씨가 자발적으로 성관계를 했고 위협을 느낀 정황도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스스로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이 명백한 만큼 위계에 의한 간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B씨의 오인은 '성관계하는 장면을 촬영해 보내주면 스토킹 여성이 떨어져 나간다'라는 것인데 이는 A씨의 간음 행위와 '불가분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죄 판결에는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판례는 위계에 의한 간음에서 위계를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오인·착각·부지'로 해석하며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에 관한 오인, 착각 등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고 있다.
◇ 대법원서 유죄로 뒤집혀…"속임수가 간음행위 이르게 한 중요한 동기"
그러나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착각·부지를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런 심적 상태를 이용해 간음했다면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A씨의 속임수는 B씨가 간음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됐다며 이를 자발적이고 진지한 성적 자기 결정권의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위계'적인 언행이 있었다고 해서 모두 간음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며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7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 "나랑 사귀려면 내 선배와 성관계해야"…선배로 위장해 간음
A씨는 2014년 7월 당시 14세였던 B씨를 온라인 채팅을 통해 만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속여 성관계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A씨는 B씨에게 다른 사람의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보냈고 사귀기로 합의도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자신을 스토킹하는 여성 탓에 사귀기 어렵게 됐다면서 B씨에게 "스토킹 여성을 떼어내려면 내 선배와 성관계를 하고 그 장면을 촬영해 보내줘야 한다"며 선배와의 성관계를 강요했다.
B씨가 A씨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A씨는 자신이 '선배'인 것처럼 가장해 B씨를 만나 성관계를 하고 촬영까지 했다.
검찰은 A씨를 '위계에 의한 간음'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위계(僞計)는 속임수 등으로 상대방이 오인·착각을 하게 해 불법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뜻한다.
◇ 1·2심 무죄…"자발적 성관계 명백"
1심과 2심은 B씨가 자발적으로 성관계를 했고 위협을 느낀 정황도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스스로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이 명백한 만큼 위계에 의한 간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B씨의 오인은 '성관계하는 장면을 촬영해 보내주면 스토킹 여성이 떨어져 나간다'라는 것인데 이는 A씨의 간음 행위와 '불가분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죄 판결에는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판례는 위계에 의한 간음에서 위계를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오인·착각·부지'로 해석하며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에 관한 오인, 착각 등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고 있다.
◇ 대법원서 유죄로 뒤집혀…"속임수가 간음행위 이르게 한 중요한 동기"
그러나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착각·부지를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런 심적 상태를 이용해 간음했다면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A씨의 속임수는 B씨가 간음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됐다며 이를 자발적이고 진지한 성적 자기 결정권의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위계'적인 언행이 있었다고 해서 모두 간음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며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