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용 병상 11%만 남아…강원·광주·충남·전북은 중환자 병상 이미 포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400명대 급증에 '병상 부족' 심화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빠른 확산 속에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 대로 치솟으면서 병상 수급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진자가 연일 세 자릿수로 늘어나면서 방역당국이 확보한 치료 병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 데다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중증 환자를 치료할 병상 자체가 부족해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본격화한 지난 14일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연일 세 자릿수를 나타내며 이날 0시 기준으로는 441명까지 크게 증가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며 정부는 병상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입원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상은 전체 병상의 1/3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매일 집계하는 '코로나19 환자 병상 및 생활치료센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전국의 코로나19 환자 병상은 총 3천260개로, 입원 가능한 병상은 1천38곳(31.8%)뿐이다.

신규 확진자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 수도권 상황은 더욱더 좋지 않다.

수도권 내 코로나19 환자 병상은 2천24개가 확보돼 있지만, 이 가운데 남은 병상은 444개(21.9%)에 불과하다.

더욱이 서울(152개), 인천(263개) 지역은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경기는 29개뿐이다.

상태가 위중하거나 중증으로 악화해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환자 병상은 더 여유가 없다.

최근에는 60세 이상 고령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산소 치료 등이 필요한 중증·위중 환자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400명대 급증에 '병상 부족' 심화 우려
정부가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병상은 전국에 총 519곳인데 이 가운데 입원 가능한 병상은 25일 기준으로 62곳(11.9%)뿐이다.

병상 10곳 중 1곳만 환자를 받을 여유가 있는 셈이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11개)을 제외하면 인천(3개), 경기(5개)에서는 여유 병상이 10개도 채 되지 않는다.

앞서 정부는 수도권 일반 병상 660개를 5∼6일 정도, 중환자 병상 85개를 1주일 정도의 여유분이라고 설명한 바 있는데, 지금 남아있는 기준대로라면 일주일도 채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강원과 광주, 충남, 전북에서는 중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상이 0개 즉,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을 통해 이달 말까지 병상 36개, 9월 14일까지는 40개를 추가로 확충하고 병세가 호전된 환자는 중등증·경증 병상으로 전원해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도권 내 감염병 전담병원 재지정, 전담병원의 병상 확충, 병상 공동 활용이 가능한 권역의 확대 등을 통해 총 781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했으나 확진자 증가 추이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더욱이 무증상·경증 환자가 머무르는 생활치료센터 역시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25일 기준으로 총 8곳의 생활치료센터(정원 1천744명)가 운영 중인데 입소 가능한 인원은 618명에 불과하다.

전날 중수본은 '현재 입소 가능 인원을 제외하면 총 2천112명의 추가 수용 여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병상 현황 통계가 25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을 고려하면 병상 부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 대비해 병상 가동을 점검하고 중환자 병상을 확보할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지금에서야 급급한 모습"이라며 "병상 부족이 심화하면 코로나19 환자뿐 아니라 다른 질병으로 인한 사망도 늘 수 있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400명대 급증에 '병상 부족' 심화 우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