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를 뜻하는 이른바 '서학개미'가 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한국 증시서 발을 빼는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도 두드러지고 있다. 서학개미와 외국인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도 오름세(원화 가치는 하락)를 보이고 있다. 두 세력이 환율을 1180원 선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3~20일에 국내 증시에서 1조904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했다. 지난달 9088억원어치 한국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이 이달에 재차 한국 증시서 발을 빼는 양상이다. 이달 외국인 순매도 종목 상위 1위는 SK하이닉스로 이달에만 6951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 뒤를 현대차(5386억원) LG화학(4437억원) 삼성SDI(3850억원) 카카오(3163억원) 삼성전자(2593억원) 씨젠(1693억원) 현대모비스(1459억원) 삼성전자우(1196억원) 엔씨소프트(892억원) 등이 꼽혔다. 이른바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으로 분류되는 주식을 집중적으로 팔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은 한국 등 신흥국이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경기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서학개미의 기세도 남다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1일~8월19일 누적으로 국내 투자자는 해외주식을 112억5641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작년 같은 기간 순매수(14억1438만달러)에 비해 695.85% 늘어난 규모다. 이들이 해외주식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원화를 바꿔 달러로 환전하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서학개미는 미국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1일~8월19일 누적 순매수 결제금액 상위 1위는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13억6418만달러)로 나타났다. 애플(10억4121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6억3434만달러)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4억891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기술주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국내 투자자의 매수세도 급증했다.선진국 통화가치와 견준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만 환율이 1180~1200원 선 박스권을 맴도는 것은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국내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 흐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신한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일제히 해킹 공격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금전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30분간 모바일 인터넷 뱅킹이 마비되는 등 소비자 민원이 잇따랐다. 금융당국은 “큰 피해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세 은행 동시에 디도스(DDoS) 공격20일 금융권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4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난 17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받았다. 하나의 표적 시스템을 대상으로 동시에 대규모 트래픽을 일으켜 마비시키는 해킹 공격이다. 지난 17일 첫 공격은 오전 10시10분께 이뤄졌다. 카카오뱅크 앱은 첫 공격 시점부터 오전 10시40분까지 접속이 느려지거나 ‘먹통’이 돼 소비자 항의가 잇따랐다.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즉시 대응해 서비스 지연 문제를 해결했다”며 “24시간 비상 근무체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공격을 당한 다른 은행 관계자는 “앱이 느려지는 등의 현상이 발생했지만 대규모 공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디도스 공격의 강도는 초당 비트 수(bps)로 측정된다. 금융보안원에 따르면 이날 국내 은행들은 한 곳당 20~40기가bps(Gbps)의 디도스 공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금융보안원 관계자는 “이전에도 해커 집단들이 국내외에서 금융권을 상대로 디도스 공격을 예고한 뒤 감행하곤 했다”며 “일단 국내 은행들이 방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 은행은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후속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3년 전 금융권 공격한 해커 집단보안업계에 따르면 이번 디도스 공격은 2017년 6월 국내 은행권을 공격한 국제 해커 집단인 ‘아르마다 컬렉티브’로 확인됐다.이 해커 집단은 2017년 6월 22일 국내 은행, 한국거래소 등 10여 곳에 “26일까지 10~15비트코인(당시 시세 약 3400만~5100만원)을 내놓지 않으면 서비스를 마비시키겠다”고 협박 메일을 보냈다. 당시 메일을 받은 곳은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 등 국내 대형 은행 모두가 포함됐다. 이 해커 집단은 같은 달 29일 이들 대신 금융결제원과 수협은행 등 네 곳에 실제 디도스 공격을 강행했으나 큰 피해를 주진 못했다. 이 해커 집단은 이번 공격에 앞서 마찬가지로 협박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정보기술(IT)업계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도스 공격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안업체 아카마이에 따르면 원격근무 확산 등으로 보안 수준이 낮아진 상황을 틈타 올 3~7월 세계적으로 1800건 이상의 디도스 공격이 감지됐다.한편 20일 고려대와 앞서 지난 19일 중앙대도 수강 신청 서버에 디도스 공격을 당한 것으로 나타나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내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커 집단의 범행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디도스(DDoS) 공격distributed denial of service attack. 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인터넷에 연결된 여러 대의 컴퓨터 시스템으로 하나의 표적에 동시에 다량의 트래픽을 일으켜 서비스를 계속할 수 없게 만드는 사이버 공격.이해성/임현우/송영찬 기자 tardis@hankyung.com
기업 실적 전망치 대비 현재 코스피지수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2.84배에 달했다. 2007년 7월(12.95배) 이후 월별 기준으로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2007년 7월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벌어지기 전 거품이 커진 시기다. 이때를 제외하고 2000년 이후 PER이 지금보다 높았던 때는 정보기술(IT)주 거품이 한창 형성됐던 2000년 6월(20.1배)뿐이다.가장 최근 실적을 반영한 PER 역시 18년 만에 최고치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직전 4개 분기 기업 실적을 기준으로 산출한 PER은 지난 6일 27.12배로 2002년 6월(27.3배) 이후 가장 높았다.PER은 기업의 주식가격을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현재 주가가 실적과 비교해 얼마나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증권업계에선 과거 실적이 아니라 실적 전망치를 반영한 PER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가는 미래 기업가치를 반영해 움직이기 때문이다.대표적인 주가 평가지표가 10여 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도달하자 한국 증시에 대한 고평가 지적도 나온다.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실물경제와 증시의 온도 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다만 시중금리가 연 0%대까지 떨어지면서 증시로 막대한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어 기존 잣대로 증시를 평가하긴 어려워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