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거장이 협업한 가명소설집 '죽음의 모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가 만나 '가상의 소설가' 이름으로 공동 작업을 한 소설집이 있다.

이들이 창조한 가공의 인물, 또는 필명은 '오노리노 부스토스 도메크'이다.

두 거장이 협업을 통해 소설을 함께 쓴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데, 이들은 아예 제3의 인물인 부스토스 도메크에 자신들의 영혼을 불어넣어 독자적인 스타일의 소설을 창조해냈다.

'보르헤스 + 카사레스 = 가상 소설가' 부스토스 도메크
1931년 처음 만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의 두 작가는 열다섯 살의 나이 차이에도 서로 재능을 알아보고 평생 문학적 동반자이자 친구로서 교류한다.

이후 잡지를 함께 발간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정신을 배합한 페르소나를 만드는데, 그게 바로 부스토스 도메크다.

부스토스 도메크의 짧은 소설들은 나올 때마다 평단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후일 이 모든 단편이 두 사람의 공동 창작품임을 알게 된 평론가들은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이들 단편을 모아 엮은 소설집이 바로 '죽음의 모범'이다.

최근 민음사가 이경민·황수현의 번역으로 출간했다.

6부로 나눠진 소설집은 풍자와 패러디, 상상력이 뒤섞인 이야기보따리다.

보르헤스의 해박한 지식에 카사레스의 추리 기법이 결합해 흥미를 더한다.

카사레스의 재치가 보르헤스의 난해함을 희석하는 측면도 있다.

환상적인 소재와 서사는 정치적 현실을 비판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

유머 넘치는 지적 유희는 덤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