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동강난 가로수 26일 강풍을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가 제주를 강타했다. 제주시 오라일동 오남로 거리에서 가로수가 강한 돌풍에 두 동강이 난 채 쓰러져 시민들의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  연합뉴스
두 동강난 가로수 26일 강풍을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가 제주를 강타했다. 제주시 오라일동 오남로 거리에서 가로수가 강한 돌풍에 두 동강이 난 채 쓰러져 시민들의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바비’가 26일 오후부터 제주와 한반도 남단을 강타하며 피해가 속출했다. 항공기 482편이 결항됐고 여객선 157척의 운항도 중단됐다. 전국 곳곳의 가로수와 가로등, 건물 외벽 등이 훼손되는 사례도 잇따랐다. 바비는 27일 오전까지 전국에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30분까지 바비의 영향으로 가로수, 가로등, 중앙분리대, 간판, 건물 외벽 등이 훼손되는 시설 피해는 총 64건 발생했다. 887가구에선 정전 피해가 일어났다. 또 9개 공항의 항공기 482편이 결항됐고 99개 항로의 여객선 157척이 통제됐다.

바비는 지난 25일 오전 3시 제주 서귀포 남쪽 해상에 도달하면서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태풍의 최대 풍속은 초속 40m로 기차를 탈선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태풍은 26일 오전까지 서귀포 남서쪽 해상에서 북북서진했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제주 아라2동과 한림읍 수원리에선 가로등이 꺾여 도로를 덮쳤다. 노형동에선 가게 유리창이 깨졌다. 이 밖에 지붕이 파손되고 공사장 펜스가 쓰러지는 등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바비는 26일 오후 전남 목포 인근을 지날 때 최대 풍속이 초속 45m에 달하는 ‘매우 강력’ 단계로 강도가 세졌다. 초속 44m를 넘으면 사람이나 커다란 돌이 날아갈 정도다. 목포에서도 도로변 가로수가 뿌리째 넘어가고 지붕이 날아가는 사고가 빗발쳤다.

기상청은 바비가 지난해 333억원의 피해와 4명의 인명 피해를 낸 태풍 ‘링링’ 수준으로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봤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태풍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난 뒤 최종 집계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선 바비가 링링급의 강력 태풍”이라고 설명했다.

27일 오전에는 서울·인천·경기와 서해 5도가 태풍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윤 통보관은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시점은 27일 오후”라며 “그전까지는 강풍으로 인한 피해를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바비가 27일 오전 6시께 백령도 동북동쪽 약 70㎞ 부근 육상에 있을 것으로 봤다. 27일 오전까지 바비의 최대 순간 풍속은 서해 5도가 초속 40~60m, 인천·경기 서해안과 연안도서 지역은 초속 30~40m로 예상됐다. 이 밖에 서울·경기 내륙에선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20~30m일 정도로 강풍이 불 전망이다. 서울 등 수도권 출근길에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야외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건설현장, 철탑 등의 시설물 파손, 농작물 피해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태풍이 지나간 뒤엔 비소식이 이어질 전망이다. 태풍이 남겨놓은 구름에 서쪽에서 몰려든 비구름대가 합쳐져 오는 30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상청은 29~30일은 전국에, 다음달 1일엔 호남과 제주에 비가 쏟아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다음달 2일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비가 내릴 전망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