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인들, 자유선거 쟁취 혁명중…친러시아도 친유럽도 아냐"
동유럽의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난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야권의 저항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루카셴코에 도전했던 야권 대선 후보가 재선거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대선에서 26년을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과 경쟁했던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25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사태 논의를 위해 개최된 유럽의회 외교위원회 비상회의에 화상연결로 출석해 연설하며 이같이 호소했다.
티하놉스카야는 최근 대선에 대해 "투표 자체가 수천건의 위반으로 얼룩졌고, 가장 존중받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참관인들도 초청받지 못했다"면서 "공식 개표 결과는 조작됐고 벨라루스 국민과 국제사회 대다수 성원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 뒤 수천 명의 벨라루스인들이 유례없이 대규모로 평화적 저항 시위에 나섰지만, 정권은 폭력으로 대응했다"면서 "(시위과정에서) 최소 6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티하놉스카야는 벨라루스 야권의 목표는 정권과의 평화적 협상을 통해 정직하고 자유로운 새 대선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벨라루스에선 현재 민주적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그것(혁명)은 친러시아나 반러시아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친유럽적이거나 반유럽적인 것도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 혁명이며 자신들의 지도자와 운명을 자유롭고 정직하게 선택하려는 국민의 열망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국제사회 모든 국가가 우리 국민의 기본적인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벨라루스의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을 존중해 달라"고 호소하면서 야권의 목표는 국가 대외정책 방향을 수정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벨라루스 야권의 친서방 노선 채택을 우려하는 러시아의 불안을 불식시키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티하놉스카야는 야권은 루카셴코 정권과의 협상을 위해 대표자들을 내세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 협상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조직의 중재 역할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지난 5월 당국에 체포돼 수감 중인 벨라루스의 유명 반체제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이다.
남편을 대신해 대선에 출마한 그는 공식 개표 결과 약 10%의 지지를 받았으며, 득표율 80%를 기록한 루카셴코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야권은 티하놉스카야가 실제론 60~70%의 지지를 얻어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변 안전 위협 때문에 이웃 국가 리투아니아로 도피해 빌뉴스에 체류 중인 그는 재선거와 평화로운 정권 이양 준비를 위한 각계 대표들의 모임인 '조정위원회' 창설을 제안했으며 위원회는 지난 20일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야권의 조정위원회 구성을 정권 찬탈 시도라고 비난하면서 적절한 대응을 경고했다.
벨라루스 헌법재판소 소장 표트르 미클라셰비치도 이날 헌법에는 대선 결과를 재검토할 권리를 가진 어떤 사회단체나 기관 창설이 규정돼 있지 않다면서 조정위원회는 비헌법적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수도 민스크에선 약 200명의 교사와 지지자들이 시내 교육부 청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교사들은 '거짓말과 위협이 국가 이데올로기인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루카셴코 대통령이 전날 야권 시위를 지지하는 교사들을 해고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항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