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향후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란의 경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아이폰 등 미국산 제품 불법 수입 단속을 강화하라는 지침도 내놨다.

23일(현지시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란은 예컨대 앞으로 10년간은 제재가 계속될 것이라고 가정해야 경제 정책을 짜야 한다”며 “정부는 필수적이지 않은 사치품 수입을 단속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날 그는 별도 트윗을 통해 “미국산 고급 모바일제품 브랜드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미국 정보통신(IT)기업 애플의 아이폰을 두고 한 얘기라고 분석했다.
'시브 이란'(사과 이란)이라는 간판을 단 테헤란의 한 휴대전화 매장. /연합뉴스
'시브 이란'(사과 이란)이라는 간판을 단 테헤란의 한 휴대전화 매장. /연합뉴스
이란은 아이폰을 공식적으로는 수입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따라 미국 기업인 애플이 이란과의 거래를 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그간엔 영세 수입업자나 개인 등이 아이폰을 밀수해 이란에서 판매해 왔다.

이란 정부도 사실상 이를 묵인했다. 애플 상표를 건 무허가 아이폰 매장 등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버젓이 영업을 할 정도다. 2017년엔 이란 휴대용기기수입협회가 아이폰이 밀수를 통해서만 이란에서 점유율 18% 가량을 올리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발언으로 이란 내 고가 스마트폰 가격이 훌쩍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란의 국가 원수로 각 분야 정책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서다.

지난달에도 이란에선 갤럭시S20, 아이폰11 프로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하루 사이에 50% 이상 오르는 현상이 벌어졌다. 당시 이란 당국이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가격이 300유로(약 40만원)를 넘는 스마트폰에 대해 제품 수입과 통신사 등록 등을 금지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수요가 급히 몰려 가격이 급등했다.

이날 하메네이 지도자는 “이란은 이란에 대한 제재가 풀린다거나 특정 국가의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을 전제로 경제 계획을 짜서는 안된다”고도 주장했다. 이는 오는 11월 미국의 대선 결과를 미리 점쳐 경제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얘기로 풀이된다. 공화당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이란핵합의(JCPOA) 일방 탈퇴 이후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