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과대학 학생회가 국가고시 거부·동맹 휴업 등 집단행동에 대해 학생들에게 찬반을 물으면서 학번과 이름을 공개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명을 공개해 사실상 찬성을 강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3일 대학들에 따르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내부 회의를 거쳐 25일 전국 40개 의대 및 의전원 학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하고,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하기로 했다. 의대협은 지난 18일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국가고시 거부 및 동맹휴학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가고시 거부에 찬성한 비율이 88.9%, 동맹휴학에 찬성한 비율은 75.1%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의대 학생회는 집단휴학 참여 온라인 설문조사에 학번과 이름을 강제로 기재하도록 했다. 이 설문조사는 동맹휴학에 대한 1차 설문조사가 종료된 이후 반대·미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설문조사였다. 설문에 참여한 한 학생은 “의대협에서 설문조사에 학번, 성명을 빠뜨리지 말고 모두 기재해달라고 했다”며 “반대한 학생들은 ‘정부 지지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학번별로 응답 비율과 찬성 비율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가고시 거부를 반대하는 부산 모 대학 학생들의 명단을 실명으로 공개한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의대협 측은 “협회 차원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공식적으로 회원들의 선택을 강요하거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았다”며 “협회에서는 각 대학 학생회에 이 같은 상황을 지양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의대협은 ‘덕분이라며 챌린지’의 손 모양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덕분에 챌린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장에서 헌신하는 의료진을 격려하자는 취지로 정부에서 시작한 캠페인이다. 오른손 엄지를 세우고 이를 왼손으로 받친 수어 동작은 존경을 의미한다. 의대협은 최근 엄지를 아래로 내린 동작으로 이 캠페인을 비꼰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벌여왔다.

이에 한국농아인협회는 21일 “‘덕분이라며 챌린지’에 쓰인 손 모양은 수어 사전에 존재하지 않으며,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남을 저주한다’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며 “의사들의 이익에 농인의 수어를 악용하지 말라”는 성명서를 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