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동물원 생닭·사과 등 '특식'제공…사육장 연못서 '피서'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동물원에서는 사람과 동물이 모두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얼음·선풍기에 보양식까지…동물원 동물들의 힘겨운 여름나기
지난 21일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탓에 동물원은 관람객이 20여명에 불과해 썰렁했다.

야외에 나온 동물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동물들은 뜨거운 햇볕을 피해 실내 사육장에 있거나 그늘막 아래 엎드려 더위를 식혔다.

오후 2시께 기온이 34도를 넘어서자 권혁범 사육사가 특식이 담긴 양동이를 양손에 들고 곰 사육장으로 향했다.

권 사육사는 더위 속에 식욕이 떨어진 반달가슴곰들을 위해 생닭, 고구마, 사과, 당근과 커다란 얼음을 준비했다.

온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연못은 곰 사육장에서 '서열 1위'인 반돌이(1993년생) 차지였다.

반돌이는 연못에 몸을 담근 채 생닭을 어기적어기적 씹어먹었다.

얼음·선풍기에 보양식까지…동물원 동물들의 힘겨운 여름나기
웅담(곰 쓸개) 채취 농장에서 구조돼 이곳으로 온 반이(2014년생)는 얼음을 혀로 핥아먹었다.

반돌이의 딸 장금이는 더위를 참지 못하겠다는 듯 연신 연못의 물을 들이켰다.

권 사육사는 "동물도 더위가 지속하면 식욕이 떨어져서 밥을 잘 먹지 않고 활동도 현저히 줄어든다"며 "기력을 잃지 않도록 채소와 육류로 구성한 특식을 줬다"고 말했다.

여름철에는 동물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연못물을 매일 갈아주고 있다.

얼음·선풍기에 보양식까지…동물원 동물들의 힘겨운 여름나기
본래 추운 지방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베리아 호랑이도 실내 사육장에서 더위를 피했다.

시베리아 호랑이 호붐(2008년생·수컷)은 대형 선풍기 앞에 엎드려 혀를 내밀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실내 사육장 내부 온도계는 27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바닥에 찬물을 주기적으로 뿌려주고 대형 선풍기 3대가 설치돼 바깥보다는 7도가량 낮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스라소니가 사는 실내 사육장 한쪽에는 커다란 얼음덩이가 놓여있다.

얼음·선풍기에 보양식까지…동물원 동물들의 힘겨운 여름나기
청주동물원 관계자는 "동물 대부분이 사람과 마찬가지로 폭염을 힘들어한다"며 "이렇게 더운 날에는 사육장에 에어컨을 설치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청주동물원 김정호(47) 수의사는 "여름철에는 그늘막을 추가로 설치해 주고, 차갑고 신선한 물을 원활히 공급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며 "치료가 필요한 동물들도 체온을 낮추기 위해 수액을 놓아주는 등 각별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동물원은 80여종의 동물 50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얼음·선풍기에 보양식까지…동물원 동물들의 힘겨운 여름나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