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페` 무슨 뜻?…레깅스 회사가 상장 매달린 이유 [주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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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베개, 악어발팩, 세탁조클리너. 페이스북 페이지를 쓸어 올리다보면 한 번쯤 봤을 광고들입니다. 호기심을 자극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이러한 광고는 블랭크 코퍼레이션, 에이피알, 브랜드엑스 코퍼레이션 등 `미디어커머스`로 불리는 스타트업들이 만듭니다. 최근 3~4년 사이에 폭풍 성장한 이들 미디어커머스 기업이 내친 김에 주식시장 상장도 시도하고 있는데, 평가는 엇갈립니다.

● 3년 만에 초고속 상장…잇속부터 챙긴 대주주



지난 13일 미디어 커머스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설립한지 불과 3년 밖에 되지 않은 신생 기업입니다. 2017년 8월 설립해 이듬해인 2018년 연간 매출액 217억, 영업이익 45억 원, 지난해 연간 매출 641억, 영업이익 99억 원으로 폭풍 성장했습니다. `뱃살 지우개`라는 SNS광고로 유명한 레깅스 브랜드 `젝시믹스`를 계열사로 두고 애슬레져 분야까지 진출했습니다. 상장 전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기관투자자금도 250억 원이나 유치할 만큼 좋은 평가도 받아온 회사입니다.

올해 매출도 1,600억원 대에 이른다고 하니 당장 투자하고 싶어지지만, <주토피아>에 출연한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는 "상장 전후 상황에 의아한 점이 있다"고 꼬집어 말합니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의 최대주주가 이번 상장 과정에서 40%를 구주매출로 현금화했다는 겁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이번에 공모로 조달한 금액은 493억 원인데 이 가운데 197억 원을 최대주주인 강민준 공동 대표이사가 가져가고 나머지를 회사 신규 자금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주토피아>에 함께 출연한 원상필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일반적인 상장 기업에서 보기 힘든 구주매출 비율"이라며 "그동안의 추세대로 성장해 주가가 오를 회사라면, 굳이 대주주가 구주매출로 40%나 가져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같은 우려가 반영된 것인지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이달 초 진행한 공모청약에서 기관투자 경쟁률은 47.06대 1, 일반 청약 경쟁률은 8.54대 1의 부진한 성적을 냈습니다. 바로 직전 상장한 한국파마(2,036대 1), 영림원소프트랩(2,493.57대 1) 등과 비교하면 요즘 치고 매우 저조한 경쟁률입니다.
`믿거페` 무슨 뜻?…레깅스 회사가 상장 매달린 이유 [주토피아]
● 한국의 룰루레몬?…"사과 장수가 미국 애플과 비교한 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공모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 일반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았던 것도 상장 이후 주가가 출렁이는 원인이 됐다고 김수헌 대표는 설명합니다. 기관투자자들이 1주당 적정 가격을 산출하기 위해 비슷한 업종의 PER(주가수익비율)을 주로 사용하는데, 흔히 쓰지 않는 PSR(주가매출비율)을 더해 공모금액을 키운 흔적이 있다는 겁니다. 김 대표는 "PER 배수는 미디어커머스 상장회사 `에코마케팅`과 비교해 결정하고, PSR 비율은 한국이 아닌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룰루레몬(lululemon)과 비교했다"고 설명합니다. 비교 기준에 따라 미디어커머스 회사인지, 요가복 회사인지 평가하기 모호해진 겁니다.

더구나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젝시믹스는 요가복 등 스포츠의류 업체이지만, 비교 기준으로 내세운 룰루레몬 애슬레티카는 레깅스복 열풍을 만들고, 미러(MIRROR)를 인수해 IT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혁신 기업입니다. 이런 비교 기준을 두고 원 교수는 "마치 사과를 파는 과일장수가 미국 애플과 가격 비교를 한 꼴"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이런 복잡한 사정은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줬습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우여곡절 상장한 이후에도 주가 하락이 이어졌고, 전날 반짝 상승에도 불구하고 21일 현재까지 공모가격 12,900원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 코로나19로 기사회생…물 빠진 뒤 살아날 기업은



마약베개를 탄생시킨 블랭크코퍼레이션, 화장품 광고로 유명한 에이피알 등 다른 미디어커머스 회사들은 어떨까요? 김수헌 대표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내고, 주가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어 좋게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면서도 이번 사례를 통해 내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나머지 미디어커머스 회사들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져야 하다고 말합니다.

국내에서 미디어커머스 회사들이 주로 활동해온 페이스북 플랫폼의 영향력은 예전같지 않습니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이 등장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페이스북 페이지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이 절정을 이뤄 유사한 회사들이 우후죽순 등장했죠. 하지만 지난해부터 제품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고, `믿고 거르는 페이스북 광고`라 해서 `믿·거·페`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유튜브로 주류 광고 플랫폼 환경이 바뀌는 과정에서 영상 제작 비용이 늘어나 이들 업체의 매출이 둔화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 회사에 대한 기대가 여전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늘어난 덕분에 온라인 쇼핑·유통과 맞물려 미디어커머스 기업의 광고 매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 교수는 "미디어커머스 산업의 성장이 멈춘 시점에 코로나19와 같은 특수 상황으로 2차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난 뒤에도 이들 회사가 수천억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주토피아」출연진의 평가대로 대주주가 과실을 가져가고 일반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게 된다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연이어 상장을 기다리는 미디어커머스 기업의 진짜 가치를 가려내는 것은 코로나19 종식을 기다리는 것 만큼이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8월 13일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상장식, 왼쪽에서 네번째부터 강민준, 이수연 공동대표. 출처:한국거래소)
《한국경제TV `주토피아`는 기업 분석에 손꼽히는 전문가인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의 저자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와 전 유안타증권의 스몰캡 베스트 애널리스트 원상필 한국항공대학교 교수가 함께합니다. 뉴스 보고 투자했다 당하기 쉬운 기업들의 속 이야기 들려드립니다.》



▶ <주토피아> 미디어커머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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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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