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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는 모두를 알아야 한다. 개미는 아무도 알 필요가 없다. 인간은 그냥 몇 명만 알면 된다. 이것이 그 모든 차이를 만들어냈다.”

미국 인간진화생물학자 마크 모펫은 저서 《인간무리》에서 ‘사회’에 대해 이같이 말한다. 침팬지와 인간, 개미 모두 사회적 동물이란 공통점이 있다. 개미는 철저한 분업으로 군집을 이룬다. 게다가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는 98.7% 같다. 사회를 이뤄 모여 살면서 얻는 이익이 독자 생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사회 구성이란 형태로 진화했다는 점 역시 동일하다.

저자가 꼽은 인간 사회만의 특성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파악할 필요 없이 핵심적인 인간관계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만약 공항에서 모르는 이들끼리 모여 있는 상황이라면 침팬지는 난장판을 만들겠지만 인간은 졸든, 떠들든, 서성거리든 평화롭게 공존한다”고 말한다. 침팬지의 사회에선 서로가 서로를 알아야만 테두리 안에서 생존할 수 있다. 반대로 개미 사회에선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기 때문에 다른 개미와 알고 지낼 필요가 없다.

[책마을] 몇 다리 건너면 다 연결되는 '인간 사회'
인간 사회는 침팬지와 개미의 중간 형태다. 저자는 인간 사회에 대해 “배우자, 핵가족, 확대가족, 150명 정도의 친구, 그리고 그보다 덜 친한 수백 명과 같이 가장 친밀한 것에서부터 가장 추상적인 것으로까지 확장되는 사회적 관계”라고 설명한다. 또 “사람들은 하나로 뭉뚱그려져 사회 전체와 동일시된다”며 “우리의 관계 대부분은 각자 다른 사회 연결망으로 구성된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사회를 유지하고 작동시키는 주요 요인을 ‘표지(標識)’라고 정의한다. 표지는 식사법이나 옷차림부터 시작해서 언어, 국가 상징물 등 광범위하다. 이 중 인간과 사회 정체성 차이를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표지는 언어다. 저자는 “언어는 정체성 ‘불시 점검’용으로 쓰인다”며 구약성경 중 사사기의 구절 일부를 소개한다. “‘쉽볼렛’이라 발음하라 하여 에브라임 사람이 그렇게 바로 말하지 못하고 ‘십볼렛’이라 발음하면 길르앗 사람이 곧 그를 잡아서 요단강 나루턱에서 죽였더라.”

인간 사회의 확장과 발전은 표지의 차이 수용, 권력을 이용한 강제 정복, 지배집단과 피지배집단 간 갈등과 화합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저자는 인간 사회가 지금처럼 구성된 과정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동물행동학, 인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넘나든다. 곤충과 척추동물의 각기 다른 사회 형태를 소개하고, 고대 수렵채집인부터 현대 국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여정을 안내한다.

책 후반부에선 “사회가 과연 필연적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민을 통해 다수의 외부자를 친화적으로 편입시킨 과정, 반대로 전쟁이나 학살의 형태로 외부자들을 잔인하게 억압하고 배제한 역사를 나란히 비교한다. 사회란 틀로 무리 지어 살면서 끊임없이 우월성을 과시하며 상대를 해치려 하는 인간 본성에 대해서도 짚는다.

저자는 “인간에게는 선천적으로 충돌을 일으키는 성향이 있지만 계획적인 자기 수정(self-correction)을 통해 이에 대응할 수 있다”며 희망 섞인 메시지로 마무리한다. 그는 “다양성은 사회적 과제를 제시함과 동시에 창조적 교환, 혁신, 문제 해결을 가져온다”며 “우리는 분열될 것이며, 분열된 우리로 버텨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