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피해 곡성군, 확진자 나오자 대피소 폐쇄하며 반강제 귀가
[르포] 시멘트 바닥에 이불 한장이 전부…코로나 탓에 이재민 이중고
"처량하지만 어쩔 것이요.

그래도 살아야지라."
마스크를 한 얼굴에 선한 눈매가 도드라진 이재민 조모(65) 씨는 20일 무덤덤한 모습으로 툇마루처럼 집 앞마당에 놓여있는 평상에 걸터앉았다.

장판도 없는 시멘트 방바닥에 깔린 얇은 이불 하나가 조씨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전남 곡성군 오곡면 오지리에 살고 있던 조씨 부부는 지난 7∼9일 내린 폭우로 침수 피해를 당하고 이재민 대피소에서 지내다 전날 반강제적으로 집에 돌아와야 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자체가 마련한 대피소 10곳이 모두 운영을 중단하면서다.

혹시나 코로나19를 옮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자녀의 집으로 갈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던 조씨 부부는 갈 데라곤 여전히 축축하게 젖어있는 자신의 집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돌아오긴 했지만, 도저히 집 안에선 지낼 수 없었다.

가구와 가전제품, 가재도구들은 모두 수해 폐기물이 돼 집 내부가 텅 비어있는 데다 젖은 장판과 벽지를 다 뜯어내 시멘트 바닥과 벽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결국 조씨 부부는 시멘트 방바닥 대신 야외 평상에 누워 밤새 모기에 시달리며 전날 밤을 보내야 했다.

[르포] 시멘트 바닥에 이불 한장이 전부…코로나 탓에 이재민 이중고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당장 끼니를 해결할 만한 음식을 마련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된장, 고추장 역시 물에 다 잠겨버린 탓에 요리 자체를 할 수 없는 데다 냉장고도 성치 않아 음식을 사거나 구해오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수해를 입지 않은 지인이 작은 전기밥솥과 김치냉장고 등 필요한 물건을 빌려준 덕분에 그나마 조씨 부부는 밥 한 공기에 김치 한 접시를 두고 이날 점심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조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어디선가 시큼하고 꿉꿉한 악취가 계속 풍겨왔다.

조씨는 대문 바로 앞에 모아둔 마을 수해 폐기물이 폭염에 썩으면서 나는 냄새라고 했다.

"밤에는 냄새가 더 심했어요.

빨리 치워줘야 그나마 좀 살 수 있을 텐데…"
수많은 마을 전깃줄이 낮게 설치된 탓에 중장비를 동원하지 못하면서 폐기물을 치우려면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이제는 자원봉사자 동원도 코로나19 탓에 당분간 어렵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인 암담한 상황에 조씨는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느냐"며 고개를 떨궜다.

오히려 조씨는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도움을 줬던 자원봉사자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르포] 시멘트 바닥에 이불 한장이 전부…코로나 탓에 이재민 이중고
조씨는 이런 열악한 환경이더라도 집으로 돌아와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집이 좋죠.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만큼 대피소에 모여있는 것도 불안하고요.

"
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주째 대피소 생활을 하던 76가구 122명을 불가피하게 귀가 조치하고 공적인 복구 작업과 자원봉사자 투입을 전면 중단했다.

[르포] 시멘트 바닥에 이불 한장이 전부…코로나 탓에 이재민 이중고
다만 복구 작업은 내일부터 다시 시작되고, 자원봉사자 역시 희망자에 한해 확진자가 나온 오곡면을 제외한 나머지 마을에 투입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