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온열질환자 742명 집계…전국서 사망자 잇따라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폭염 속에서 작업하다가 온열 질환으로 쓰러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온열 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열탈진(일사병)과 열사병 등이 있다.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 증상을 보이며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어 야외 작업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18일 오후 5시께 경남 고성군 마암면 밭에서 A(70)씨가 쓰러진 채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했다.

이날 경남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A씨 부인은 "밭일을 하러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밭에 가봤더니 쓰러져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병이 있는 A씨가 혼자 밭일을 하다 열사병 증세로 쓰러져 숨진 것으로 결론 냈다.

같은 날 오전 8시 30분께 충북 단양군에서 밭일하던 70대 남성이 어지럼증을 호소해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14일 오후 5시께 경북 예천에서도 B(52)씨가 밭일하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B씨가 밭일할 때 온도는 35도에 육박했다.

B씨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의식과 호흡, 맥박이 불규칙한 상태로 치료받다가 지난 17일 숨졌다.

보건 당국은 B씨가 열사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했다.

2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최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742명이다.

연령대로는 50대가 164명으로 가장 많고, 60대가 151명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 온열질환자 중 65세 이상 노인이 30%(214명)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시간대별로는 오전 10시∼정오가 109명으로 가장 많았고, 오후 3∼4시(97명), 오후 2∼3시(87명) 순이었다.

온열질환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야외 작업장으로 전체의 33%(246명)였다.

논·밭에서 일하다가 온열 질환에 걸리는 비중도 19.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온열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낮 최고기온이 가장 높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야외 작업을 피하는 것을 꼽고 있다.

강희택 충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자들은 체내 수분량이 젊은 층에 비해 적고 갈증을 느끼는 중추신경의 기능이 떨어져 야외에서 일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온열 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야외에서 일할 때는 새벽 시간에 하고 작업 중에는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하고 어지러움·메스꺼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