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모펫의 저서 '인간 무리' 출간

개미와 침팬지와 인간. 이들의 공통분모는 뭘까? 다름 아닌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이다.

무리짓기를 통해 살아간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하지만 이들의 사회성은 닮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예컨대, 공항에서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고 가정해보자. 졸든, 떠들든, 서성거리든 인간은 평화롭게 공존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침팬지에게 주어지면 난장판이 되고 만다.

침팬지는 모든 구성원을 알아야 비로소 그 사회가 형성된다.

모르는 이는 위험요소로 간주한다.

개미는 또 다르다.

같은 사회 안에서 누구든 알 필요가 도무지 없다.

서로 모르지만 정교한 분업 체계로 일하면 그만이다.

이를테면 익명사회다.

다시 말해 침팬지는 모두를 알아야 하지만, 인간은 일부만 알면 되고, 개미는 아무도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모르는 사람들과 별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 거슬러 올라가면 뿌리가 같은 침팬지와 인간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대체 뭘까?
미국의 인간진화생물학자인 마크 모펫은 이런 질문을 던지며 폭넓은 동물종의 사회로 안내한다.

여러 동물종이 사회를 이루는 방식을 비교하며 '사회의 자연적 본성'에 대해 들려주는 것이다.

저서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는 곤충과 포유동물, 수렵 채집인 사회를 통해 어떻게 친족사회에서 더 큰 사회가 출현하는지, 국가는 어떻게 건설되고 붕괴되는지, 집단 사이의 동맹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탐구한다.

저자는 100여 개 나라를 직접 다니며 인간과 동물 사회의 진화, 개미의 사회적 행동, 숲 생태계 등을 연구해왔다.

그에게 붙여진 별칭은 '곤충학계의 인디애나 존스', '무모한 생태계 탐험가' 등. 그만큼 세계 각국의 오지를 다니며 새로운 동물종과 그들의 행동을 기록해왔다.

이번 책은 동물행동학, 인류학, 심리학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신비한 생명의 세계로 안내한다.

제1부는 다양한 척추동물 사회를 살피고, 2부는 규모의 한계를 가뿐히 넘는 유기체 집단에 대해 알아본다.

제3부와 4부는 수렵 채집인의 사회와 침팬지·보노보의 행동을 알아보며, 5부는 사회 소속성을 뒷받침하는 심리에 주목한다.

이어 6부는 평화란 경쟁이 최소화한 상태에서 드물게 몇몇 종에서만 나타남을 보여주고, 7부는 사회가 어떻게 합쳐지고 무너지는지 살핀다.

제8부는 어떤 변화가 사회를 국가로 확장시켰는지, 또 사회가 어떻게 종말을 맞이하는지 알아보고, 9부에서는 민족과 인종, 그리고 국민 정체성을 다룬다.

그리고 끝에서는 현대사회가 어떻게 이민을 통해 다수의 외부자를 친화적으로 편입시켰는지 살피고, 사회가 과연 필연적인가라는 문제도 제기해본다.

저자는 "친구가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가족 규모가 작거나 가족 자체가 붕괴된 사람, 혹은 나이가 들어 가족 구성원을 모두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대단히 중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고대로부터 집단 간 불화로 점철된 우리 종의 역사에서 벗어나려면 타인을 덜 인간적인 존재, 심지어는 벌레 같은 존재로 보려 하는 욕구를 더욱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에게는 선천적으로 충돌을 일으키는 성향이 있지만 계획적인 자기 수정을 통해 이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훈 옮김. 김영사 펴냄. 740쪽. 2만9천800원.
인류 역사를 이끈 무리짓기의 본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