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학 권위자인 영국의 폴 몰런드 박사는 저서 '인구의 힘'을 통해 인류사에서 인구는 언제나 중요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한다.
나라든 조직이든 사람 수에서 밀리면 불리해진다.
몰런드 박사는 "이는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거듭 강조한다.
인구 대변혁의 변곡점은 1800년대 초반이었다.
산업혁명의 시작과 함께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다.
기원전 로마 시대에 2억5천만 명이던 세계 인구는 19세기 들어 크게 늘어 10억 명대를 넘어섰다.
이를 주도한 나라는 영국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상하수도가 개선되고, 의료보건 기술이 발전하고, 물산이 풍부해지면서 영아 사망률이 떨어지고 기대수명은 대폭 늘어났다.
지금 세계 인구는 78억 명에 근접했다.
세계 인구가 10억 명에 도달하기까지는 인류 여명기에서 수십만 년이 걸렸지만, 근래 들어선 고작 200년 만에 일곱 배나 급증했다.
대영제국의 흥망성쇠, 독일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의 도발, 최강 슈퍼파워로 부상한 미국, 중국의 폭발적 경제성장,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일본과 유럽 등 세계적 저성장 기류. 근래 경험하는 이런 역사 현상의 기저에는 '인구'가 있다고 몰런드 박사는 말한다.
이번 책은 지난 200년 동안 세계사적 변화에 큰 역할을 했음에도 저평가돼온 '인구'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다.
저자는 시대 흐름을 결정적으로 좌우해온 인구의 힘을 역사적 사실과 다양한 통계자료에 기반해 설명해나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국이 한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인구였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영국은 자국민을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로 대거 내보내서 영어를 쓰는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성장을 가져왔다.
저자는 "미국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된 까닭은 자국민이 유럽 각국이나 일본인보다 더 잘 살아서라기보다 그 나라들보다 인구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요약한다.
인구의 힘을 강조한 세계사적 명언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의 군사 공학자였던 보방은 "국왕의 위대함은 백성의 수로 측정된다"고 단언했고, 나폴레옹 시대의 프로이센 군사학자인 클라우제비츠도 숫자의 우위를 "승리의 가장 일반적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애덤 스미스 역시 "어떤 나라가 부강한지 가장 결정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는 주민의 숫자"라고 설파했다.
아돌프 히틀러도 결국 인구가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봤다.
미국이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 된 비결 또한 미국 국민이 유럽인이나 일본인보다 더 잘 살아서가 아니라 그 나라들보다 인구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트럼프의 당선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백인의 나라로 유지'하기 위한 백인들의 몸부림이라는 얘기다.
몰런드 박사는 "백인의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향후 나타날 것"이라며 "21세기 중반이 되면 영국 내 백인 인구는 전체의 60%, 미국은 전체의 5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말한다.
백인이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지구촌은 다시 한번 대전환점을 맞게 되리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