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승리와 6기 집권에 항의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루카셴코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필요하면 벨라루스에 군대를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16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서부 도시 그로드노 등에서는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야권 집회가 8일째 이어졌다. 이날 집회에는 20만 명 이상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루카셴코는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1994년부터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해온 루카셴코의 퇴진과 대선 재시행,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는 잠정 개표 결과가 나오자 부정 선거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날 낮에는 민스크 시내에서 루카셴코 대통령 지지자들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루카셴코 대통령도 이 집회에 나와 지지자들을 향해 “재선거를 요구하는 야권 시위의 배후에는 외부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군가가 벨라루스를 (외국에) 넘겨주려고 한다면 내가 죽은 뒤에라도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벨라루스 시위 사태를 논의했다. 벨라루스 통신사인 벨타통신은 두 나라가 집단안보 조약에 따라 시위 사태에 공동 대응할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옛 소련권 국가들의 안보협력기구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를 통해 러시아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