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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이런 피해를 본 것은 거의 사례가 없어요"

물난리에 가축들도 난리가 났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장마와 집중호우로 13일까지 한우 400여마리, 돼지 6천여마리, 가금 183만여마리의 폐사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섬진강이 범람한 전남과 전북에서만 가축 100만여마리입니다.

전북의 경우 49만여마리의 피해 중 소를 160여마리로 집계합니다.

도 관계자는 소가 이번처럼 피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주민들이 생각하는 피해는 더 큽니다.

한우 1천여마리 중 500마리 이상이 죽거나 유실됐다고 합니다.

소는 수영을 잘하는 동물입니다.

이번 물난리에도 지붕 위로 올라가거나 수십km가 떨어진 지역에서 발견되는 등 화제가 됐습니다.

몇몇 소들은 산속 절로 이동해 '소귀에 경 읽기'라는 말을 실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축협 관계자는 이렇게 살아남은 소들도 며칠간 굶은 채로 흙탕물만 먹어 죽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정부는 피해가 심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관리해 피해 복구 비용의 50∼80%를 국고에서 추가로 지원합니다.

농가의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턱없습니다.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사정이 좀 괜찮습니다.

재해보험은 1년 보장입니다.

보험료는 농가가 10∼20%를 내고 나머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합니다.

자치단체마다 비율은 조금씩 다릅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홈페이지를 보면 2019년 가금류와 돼지는 가입률이 95% 이상입니다.

소는 12% 정도입니다.

2017년 7.9%에 비하면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소 농가가 재해보험을 들지 않고 있습니다.

2019년 전북의 경우 재해보험 소 천마리당 농가부담이 6천7백만원 정도입니다.

돼지는 3백십만원, 닭은 7만7천원 정도입니다.

소는 장마나 폭염 등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드뭅니다.

폐사율이 낮습니다.

물난리에 지붕 위로 올라가고, 헤엄을 치고, 산으로 대피한 소들이 대부분 무보험인 이유입니다.

가입률은 낮지만, 소는 보험과 관계가 깊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은 사람이 아니라 소가 대상이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보험증서로 인정받은 1897년 '대조선보험회사'가 발행한 '소 보험증권'은 소의 크기에 따라 100냥, 70냥, 40냥의 보험금을 정했습니다.

보험료는 크기 상관없이 1마리에 1냥이었습니다.

미가입 소는 매매할 수 없게 하는 등 제도상의 문제로 이 보험은 시작 100일 만에 사라졌습니다.

지금의 축산재해보험은 1997년 생겼습니다.

이때도 소를 시범사업으로 했습니다.

이후 돼지, 닭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작은 잘못도 자꾸 하면 나중에 큰 잘못을 한다는 뜻입니다.

소가 얼마나 중요한 재산인지 '큰 잘못'이 소도둑입니다.

"소를 가지고 우리 아들딸 9남매 공부시키고 다 키웠지."
늙은 소와 늙은 주인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에서 할머니가 하는 말입니다.

소는 재산 1호입니다.

꼭 소가 아니어도 먹고 살게 해주는 건 재산 1호입니다.

도둑맞으면 안 됩니다.

물난리와 산사태로 책임 공방입니다.

섬진강 유역 자치단체장들은 댐을 관리하는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탓을 합니다.

수자원공사는 기상청 예보가 불확실했다고 합니다.

기상청은 반박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4대강 사업과 태양광을 이야기합니다.

농민들은 앞으로 보험만 믿으면 되는 걸까요?

소는 잃었습니다.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야 할 일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