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오후 해당 아파트 경비실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주민들이 촛불집회를 하며 애도하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달 11일 오후 해당 아파트 경비실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주민들이 촛불집회를 하며 애도하는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경비원들을 해고한 것을 두고 정당하다는 2심 판결이 나왔다. 1심의 부당해고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서태환 강문경 진상훈 부장판사)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회의는 약 100명의 경비원들을 직접 고용하다가 2018년 초 "위탁관리로 방식을 바꾸겠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이 '업무 외 부당한 지시·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함에 따라 주차대행 등을 시킬 수 없게 됐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해고에 동의하고 사직한 경비원들은 위탁관리 용역업체가 고용을 승계해 계속 근무하게 했다. 그러나 경비반장 A씨가 구제를 신청했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를 부당해고로 판단하자 입주자회의가 소송을 냈다.

1심은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가 인정되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당해고라는 중노위 판단을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해고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에 따른 경비업무 관리·운영상의 어려움, 입주자회의의 전문성 부족, 최저임금 인상과 퇴직금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관리방식을 변경하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객관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다"고 판단을 바꿨다.

한편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일하는 경비노동자의 업무 범위를 현실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비노동자 보호법'을 발의했다.

'경비노동자 보호법'은 공동주택에 근무하는 경비노동자가 경비업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다. 또 공동주택관리법에 경비노동자들이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갑질' 방지 조항을 넣었다.

이 법안이 연내로 통과되면 당장 올해 말 경비업법 계도기간이 끝나도 공동주택 경비노동자들이 경비업법 적용을 받지 않게 되면서 업무 범위를 둘러싼 현장의 혼란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