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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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삶에 '예'라고 답할 때·현대인의 자유와 소외
▲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 리처드 로티 지음, 김동식·이유선 옮김.
미국 철학자 리처드 로티(1931~2007)가 1989년 출간한 책으로 진리와 이념보다는 개인들 간의 공감과 연대가 새로운 공적 가치로 여겨지는 시대 전환을 예견하고 이를 옹호하는 논지를 펼친다.
저자는 계몽주의적 합리주의의 어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초창기에는 지극히 중요했으나 이제는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제약해 민주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걸림돌이 됐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필연적 진리보다 역사적 우연성에, 이념보다 상상력에 초점을 맞출 때 어떻게 새로운 상상력이 '우리'의 범위를 확장하고 새로운 연대를 창출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연대는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우리'를 확대해가는 문제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그들'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하나'로 보게 하는 이 과정은 낯선 사람들이 어떠한지에 대한 상세한 서술의 문제이자 우리 자신들은 어떠한지에 대한 재서술의 문제이다.
저자는 이것이 이론의 과제가 아니라, 이야기(narrative)의 과제, 즉 소설, 영화, 저널리즘, 다큐드라마 등의 과제라고 말한다.
요컨대 이론이 아니라,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사적인 자아 창조의 추구와 공적인 연대의 희망을 이론적으로 결합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어판은 지난 1996년 처음 출간됐다가 절판됐으나 로티에 대한 재조명 움직임이 활발한 추세를 고려해 일부 용어의 번역을 재검토하고 내용을 가다듬어 이번에 개역판으로 다시 나왔다.
사월의책. 416쪽. 2만5천원.
▲ 그럼에도 삶에 '예'라고 답할 때 = 빅터 프랭클 지음, 마정현 옮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서 생존한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1905~1997)이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풀려난 이듬해인 1946년 오스트리아의 한 시민대학에서 했던 강연을 책으로 엮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 중 한 명인 저자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나치 강제수용소에 끌려갔고 그곳에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경험을 했다.
수백만 명이 학살당한 범죄에서 살아남은 그는 참혹한 체험에 휘둘려 자포자기하지 않고 그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냈으며 그 경험을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이 강연에서 그는 '왜 살아야 할까', '왜 사는 게 고통스러울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와 같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해 봤을 질문들에 대한 답을 인류학적인 관점으로 찾아낸다.
저자는 고통과 불행으로 인간이 얼마든지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 있고 정신적인 무너짐은 신체적 쇠퇴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원천, 우리가 힘을 내게 하는 동력이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깨달음에 대해 자신의 체험과 임상적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특히 다양한 트라우마 연구에서 다루는 최신 문제들을 같이 언급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영혼이 고통을 경험하고 극복하며 어느 정도로 강해질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정아출판사. 136쪽. 1만2천원.
▲ 현대인의 자유와 소외 = 황갑진 지음.
근대 시기 급속한 발전과 함께 자본의 도구로 전락한 인간의 모습과 그로 인해 발생한 소외 문제를 다룬다.
소외는 인간이 만든 구성물이 인간을 억압하고 그로 인해 자유가 침해될 때 발생한다.
이 책은 극단적인 빈곤과 기아 현상 또는 전쟁과 대량학살로 인해 파괴된 삶과 같은 특정 소외 현상이 아니라 산업화한 국가들에서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노동, 권력, 환경문제, 가족, 다문화사회 등 5가지 영역에서 발생하는 소외 현상을 분석한다.
저자는 오늘날 현대인이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형태의 소외 현상은 이윤 추구의 자본주의에 경도된 사회의 특성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비인간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권을 우선시하는 민주주의 가치에 방점을 두고 사회 성원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다문화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지니. 300쪽. 2만원.
/연합뉴스
▲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 리처드 로티 지음, 김동식·이유선 옮김.
미국 철학자 리처드 로티(1931~2007)가 1989년 출간한 책으로 진리와 이념보다는 개인들 간의 공감과 연대가 새로운 공적 가치로 여겨지는 시대 전환을 예견하고 이를 옹호하는 논지를 펼친다.
저자는 계몽주의적 합리주의의 어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초창기에는 지극히 중요했으나 이제는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제약해 민주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걸림돌이 됐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필연적 진리보다 역사적 우연성에, 이념보다 상상력에 초점을 맞출 때 어떻게 새로운 상상력이 '우리'의 범위를 확장하고 새로운 연대를 창출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연대는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우리'를 확대해가는 문제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그들'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하나'로 보게 하는 이 과정은 낯선 사람들이 어떠한지에 대한 상세한 서술의 문제이자 우리 자신들은 어떠한지에 대한 재서술의 문제이다.
저자는 이것이 이론의 과제가 아니라, 이야기(narrative)의 과제, 즉 소설, 영화, 저널리즘, 다큐드라마 등의 과제라고 말한다.
요컨대 이론이 아니라,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사적인 자아 창조의 추구와 공적인 연대의 희망을 이론적으로 결합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어판은 지난 1996년 처음 출간됐다가 절판됐으나 로티에 대한 재조명 움직임이 활발한 추세를 고려해 일부 용어의 번역을 재검토하고 내용을 가다듬어 이번에 개역판으로 다시 나왔다.
사월의책. 416쪽. 2만5천원.
![[신간]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AKR20200814049200005_01_i.jpg)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서 생존한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1905~1997)이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풀려난 이듬해인 1946년 오스트리아의 한 시민대학에서 했던 강연을 책으로 엮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 중 한 명인 저자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나치 강제수용소에 끌려갔고 그곳에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경험을 했다.
수백만 명이 학살당한 범죄에서 살아남은 그는 참혹한 체험에 휘둘려 자포자기하지 않고 그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냈으며 그 경험을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이 강연에서 그는 '왜 살아야 할까', '왜 사는 게 고통스러울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와 같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해 봤을 질문들에 대한 답을 인류학적인 관점으로 찾아낸다.
저자는 고통과 불행으로 인간이 얼마든지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 있고 정신적인 무너짐은 신체적 쇠퇴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원천, 우리가 힘을 내게 하는 동력이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깨달음에 대해 자신의 체험과 임상적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특히 다양한 트라우마 연구에서 다루는 최신 문제들을 같이 언급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영혼이 고통을 경험하고 극복하며 어느 정도로 강해질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정아출판사. 136쪽. 1만2천원.
![[신간]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AKR20200814049200005_02_i.jpg)
근대 시기 급속한 발전과 함께 자본의 도구로 전락한 인간의 모습과 그로 인해 발생한 소외 문제를 다룬다.
소외는 인간이 만든 구성물이 인간을 억압하고 그로 인해 자유가 침해될 때 발생한다.
이 책은 극단적인 빈곤과 기아 현상 또는 전쟁과 대량학살로 인해 파괴된 삶과 같은 특정 소외 현상이 아니라 산업화한 국가들에서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노동, 권력, 환경문제, 가족, 다문화사회 등 5가지 영역에서 발생하는 소외 현상을 분석한다.
저자는 오늘날 현대인이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형태의 소외 현상은 이윤 추구의 자본주의에 경도된 사회의 특성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비인간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권을 우선시하는 민주주의 가치에 방점을 두고 사회 성원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다문화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지니. 300쪽. 2만원.
![[신간]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AKR20200814049200005_03_i.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