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중인 예비군 / 사진=연합뉴스
훈련중인 예비군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서 고향인 울산에서 지내고 있어요. 원래 서울에 자취방이 있었는데, 올해 이렇게 돼 방도 뺐죠. 그런데 예비군 훈련을 들으러 학교로 오래요. 4시간 교육을 듣기 위해 왕복 10시간을 이동해야 해요. 교통비에 식비까지 더하면 사비를 써서 훈련을 받는 거죠."

서울 소재 H대학에 다니고 있는 김모 씨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일환으로 예비군 훈련이 4시간으로 축소된 가운데 거주지와 대학 소재지가 먼 대학생들이 예비군 훈련을 위해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거리 이동에 따라 지역을 넘나드는 코로나 확산 역시 우려된다.

대학생은 다니는 대학 예비군 연대에 소속되어 학기중 대학별 일정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문제는 집과 대학이 먼 경우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엔 통학 거리가 멀면 기숙사에 살거나 자취를 하기 때문에 학기중에 예비군 훈련을 받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실시하면서 학기중에도 학생들이 고향에 남는 경우가 늘어났다. 굳이 비싼 방값을 부담하며 대학 인근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

그럼에도 9월로 예정된 예비군 훈련이 학교에서 진행되면서 김 씨와 같은 고충을 겪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엎친데 덮친격…"코로나19 확산 막으려 전국단위 훈련 제한"

H대학 예비군 참모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단위훈련이 제한돼 학교까지 와야 한다"며 "참석이 어렵다면 내년으로 훈련을 이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예비군 연대에 문의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S대 예비군 연대 관계자는 "학교까지 오면 예비군 훈련을 받을 수 있다"며 "불참할 경우 내년으로 이월될 뿐 불이익은 없다"고 밝혔다.

"못 받으면 내년으로 이월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는 학생들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다. 내년으로 훈련시간이 이월될 경우 훈련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

현재도 학생들은 학기 중 8시간의 예비군 훈련을 이수하기 위해 하루 수업을 빼고 참여하고 있다. 올해 불참하면 4시간 추가 이수를 해야 하고, 총 12시간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하루 더 수업에 불참할 수 밖에 없다.

학생들 이동은 걱정 안하나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생 49만 여명 가운데 16만 여명이 지방출신이다. 서울 외에도 지방거점대학 등 거주지와 대학 소재지가 다른 경우는 빈번하다.

때문에 이들 학생들은 학교에 가는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전국단위훈련을 신청하려 하지만, 그 규모가 축소돼 신청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단위훈련은 훈련기간 거주지와 훈련지가 멀 경우 거주지 인근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전국단위훈련을 이용하면 훈련장까지 이동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위해 전국단위훈련을 최소화 하면서 예비군 훈련을 위해 학생들의 대규모 이동이 예상되고 있다. 이를 두고 학생들이 이동 과정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려 시행한 훈련 축소가 오히려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단위훈련이 제한됨에 따라 훈련 신청이 힘들다. / 사진=예비군 홈페이지 캡쳐
코로나19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단위훈련이 제한됨에 따라 훈련 신청이 힘들다. / 사진=예비군 홈페이지 캡쳐
한편, 국방부는 오는 9월 1일부터 예비군 훈련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장덕진 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