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금수조치 투표 앞둔 이란, 핵연료 증산 나섰다
유엔의 무기 금수조치 연장 투표를 앞둔 이란이 핵 연료 생산을 늘리려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3일 블룸버그통신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밀문서를 입수했다며 이 문서에 따르면 이란이 신형 원심분리기를 나탄즈 핵시설에 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IAEA는 이 문서를 지난달 말 각국 외교관들에 보냈다"며 "이란은 이미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우라늄을 농축해 저장하는 데에 필요한 배관 등을 설치했다"고 했다.

이란이 나탄즈 핵시설에 신형 원심분리기를 추가 설치한 것은 2015년 이란핵협정(JCPOA)를 위반한 조치다. 이란핵협정에 따르면 이란은 신형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우라늄 농축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란핵협정은 2026년까지 나탄즈 핵시설에 원심분리기 초기 모델인 IR-1형 5060기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고성능 원심분리기인 IR-4형 등을 보유할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농축한 우라늄을 축적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앞서 이란은 작년에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이란핵협정 유럽 당사국이 협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란핵협정 준수 범위를 축소하겠다고 주장했다. 유럽 당사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지원책을 시행하라는 것이 이란의 주장이다. IAEA는 이란이 작년부터 신형 원심분리기를 설치했다고 보고 있다.

나탄즈 핵시설은 IAEA의 정기 감시를 받는 이란 주요 핵시설 중 하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발표는 지난달 나탄즈 핵시설 인근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가 이란의 핵 연료 생산을 늦추는 등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달 2일 나탄즈 핵시설에 불이 나 신형 원심분리기 개발과 생산 등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이란은 화재 원인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이 이란의 핵 활동을 막기 위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알자지라는 당시 "나탄즈 핵시설은 2010년 컴퓨터 바이러스 공격을 받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이 공격 배후로 지목됐다"며 이란의 적성국이 화재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이번 핵 활동 관련 보도는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이란 무기금수 연장 결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이번 결의안은 유엔 안보리 15개국 중 상임이사국 5개국을 비롯해 9개국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은 결의안 가결윽 막는 거부권(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앞서 이 결의안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