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저주 잠재운 백조 '슈완스'…CJ제일제당의 절차탁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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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이 악물고 쓴 '반전드라마' 주인공
▽ 비상경영에 유동성 위기 속 체질 개선
▽ 미운오리 '슈완스', 승자 저주 딛고 백조로
▽ 14만원대 폭락했던 주가 44만원대 '점프'
▽ 비상경영에 유동성 위기 속 체질 개선
▽ 미운오리 '슈완스', 승자 저주 딛고 백조로
▽ 14만원대 폭락했던 주가 44만원대 '점프'
'절차탁마(切磋琢磨)'
: 옥돌을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아서 갈아 비로소 빛을 내다.
그야말로 '절차탁마'한 CJ제일제당의 반전 드라마였다. 빛을 내뿜는 옥돌을 다듬기 위해 고된 여정을 견뎌야 하는 것처럼 CJ제일제당의 지난 2년 여도 그랬다.
비상경영과 유동성 위기, 주가 폭락, 자산 매각 등 숨가쁘게 이어진 난제를 뚫고 CJ제일제당이 2분기 최대 영업이익 기염을 토했다. 특히 2018년 인수 후 재무안정성이 악화되며 ‘승자의 저주’ 우려를 낳은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 컴퍼니가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다른 기업보다 한발 앞서 투자한 가정간편식(HMR)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빛을 발했고, 바이오 부문도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신성장동력 발굴과 재무구조 개선, 그리고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고강도 체질 '절차탁마'가 마침내 빛을 발한 셈이다.
이익 신기록·글로벌 사업 매출 60% 돌파…"운이 아니라 실력"
CJ제일제당은 지난 2분기 연결 기준과 별도(CJ대한통운 제외) 기준 모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12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 속 가공식품 사재기 등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있었지만 이는 '달라진 체력'이 기반이 된 결과라고 분석했다.CJ제일제당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8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5% 뛰었다. 금융투자업계의 예상을 웃도는 호실적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CJ제일제당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610억원이었다. CJ대한통운 실적을 제외한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6%, 186.1% 증가한 3조4608억원, 3016억원을 거뒀다. 1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 이익을 새로 썼다.
체질 개선과 함께 글로벌 사업의 성장이 이익으로 나타났다는 점에 CJ제일제당은 주목하고 있다. 식품과 바이오(사료용 아미노산과 식품조미소재) 모두 전사 해외사업이 성장해 해외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6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의 근간은 CJ제일제당이 추진한 펀더멘털(기업체질) 개선 작업에 있다"며 "가공식품 부문에서 질적 성장을 위한 구조 개선과 선제적 가정간편식(HMR) 투자, 슈완스 컴퍼니 인수 효과가 가시화됐고 바이오 사업에서는 독보적인 원가경쟁력과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 글로벌 판매 다각화 전략이 빛났다"고 진단했다.
2분기 이익 개선 폭이 두드러진 바이오사업의 경우 트립토판·발린·알지닌·핵산 등 고수익 품목 비중이 늘어난 점이 주효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여파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해당 사업부 매출은 7429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7422억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고수익 품목 비중이 늘어 영업이익은 87% 늘어난 110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2년 16%에 그쳤던 고수익 제품군 비중은 이제 29%로 뛰었다.
식품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속 해외 사업 성과가 돋보였다. 식품사업부문 매출은 12.1% 증가한 2조191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슈완스 컴퍼니 매출 7228억원을 포함해 해외 식품 매출이 26% 늘어난 1조 485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집밥’ 트렌드 확대로 HMR 판매가 늘며 외식 감소에 따른 기업 대 기업(B2B) 매출 축소를 상쇄했다. 영업이익은 134% 늘어난 1264억원을 기록했다. 슈완스 컴퍼니의 주력 제품인 피자의 경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뛰며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CJ 피드&케어(사료 및 축산) 매출은 8% 늘어난 5269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64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공식품 부문은 판매 가격 정상화 및 프로모션 감소, 고마진 채널 성장으로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2분기 대비 5.6%포인트 개선됐고, 슈완스 컴퍼니도 마진율이 높은 냉동피자 고성장에 따라 PPAA(기업인수가격 배분) 상각 전 기준 마진율이 3%포인트 올랐다"면서 "바이오와 생물자원 부문은 판매가격 개선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각각 6.9%포인트, 13.8%포인트 뛰었다"고 설명했다.
슈완스 컴퍼니 인수 후 비상경영…주가 '반전드라마'
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미운 오리' 취급을 받던 슈완스 컴퍼니가 위기 탈출의 '백조'로 탈바꿈한게 2분기 실적 성장의 핵심이다.CJ제일제당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슈완스 인수에 따른 '승자의 저주' 우려에 시달렸다. 유동성 위기도 설상가상으로 덮쳤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인수·합병(M&A)과 공장 신규 증설, 여기에 2018년 그룹 역대 최대 M&A였던 1조5000억원을 퍼부은 슈완스 컴퍼니까지 그룹 재무 전반의 유동성은 말라갔다.
지난해 3분기에는 슈완스 컴퍼니 지분 인수와 리스회계기준에 따른 리스부채 인식으로 순차입금이 10조80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CJ그룹은 지난해 11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는 긴급 처방책을 썼다.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부치고 서울 필동 CJ인재원 절반(한개 동)과 서울 가양동·구로공장 부지 등 자산 매각에 나섰다.
이어 해외 자회사의 외부자본조달 등으로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확충했다. 차츰 CJ제일제당의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8조4000억원으로 떨어지며 재무안정성이 개선됐다.
실적상으로 슈완스 컴퍼니 인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시장의 인식도 급반전되는 분위기다. 올 3월 유동성 우려로 14만원대로 추락했던 주가는 반전 드라마를 써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달 11일 최근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하며 44만3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채 반년도 되기 전에 세 배 수준으로 뛴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이어가며 올해 질적 성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강조의 구조혁신 활동을 진행한 효과가 올해 구체화댔다"며 "지난해 말 유휴 자산을 적기에 매각해 차입금 부담을 크게 줄였고, 재무구조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도 호실적이 예견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2분기 48%)까지 상승한 식품 시장의 마진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고, 바이오 부문도 고수익 제품 매출 확대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6.4%, 32.3% 증가한 6조2329억원, 3609억원억원으로 추정된다"며 "2분기와 유사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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