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법무부 직제개편안, 연구나 철학적 고민 없어"(종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검사들 50여개 실명 댓글로 공감·지지…"개혁 위장 말라" 비판도
법무부가 형사·공판부 강화 차원에서 '1재판부 1검사제' 등 공판부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제시한 직제개편안을 두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방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호동(41·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검사는 전날 밤늦게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직제개편안의 가벼움(공판기능의 강화 및 확대)'이라는 글을 올려 공판 관련 개편안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차 검사는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 없이 공판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개편안을 만들기 위한 개편안"이라며 "검사 1명이 공판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가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전날 일선 검찰청의 차장검사에 해당하는 중간 간부가 맡아온 대검 내 주요 보직 4자리를 폐지하는 대신 형사부 업무시스템을 재정립하고 공판부 기능을 강화·확대하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대검에 전달해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차 검사는 법무부가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 추진 계획을 제시하면서 현재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함에도 형사부 인력을 이관하는 만큼 형사부 업무 이관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떠한 실증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지"라며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건 맞으니 형사부 업무로 보충해보자는 의견은 어떠한 철학적 고민의 산물인지 알고 싶다"고 지적했다.
차 검사는 "형사부 인력을 이관하면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공판검사의 일이 더 적어질 테니 단순한 사건 수사로 보완하라는 발상은 끝없이 가벼운 생각의 한 단편"이라며 "깊은 고민을 해봤다면 (이 개편안이) 도저히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검사 1재판부는 단순히 검사 1명이 맡는 2개 재판부를 1개로 줄이는 데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며 전문 공판검사 배치의 필요성이나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 제한 등 변화된 상황에 대한 고민이 담기지 않은 개편안이라고 주장했다.
형사부 검사실을 혐의 유무를 판단하고 공판에서의 입증 준비를 위한 활동에 집중하는 '공판준비형 검사실'로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차 검사는 "조사자 증언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경찰·검찰·법원의 깊은 이해가 있어야만 함은 물론 직제개편으로 바로 도입할 수 없는 제도"라며 "공판준비형 검사실 도입과 공판 환경의 근본적 변화에 따라 중장기에 걸쳐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판부 구성을 고검검사급(단독공판검사실) 또는 고경력 검사와 평검사 중 저호봉 검사로 구성된 공판·기소부로 이원화하려는 안에 대해서도 "(공판부에) 저호봉 검사가 우선 배치되는 비선호 보직으로 인식됐는지에 대한 검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판부) 강화를 해야 한다고 하니 어려워 보이는 합의부에는 고검검사·고기수 검사를 배치하면 될 것 같다고 보고 있다"며 "여전히 공판부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단 한 걸음도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검사의 글에는 "깊이 공감한다" "좋은 의견 감사드린다" "문제 제기에 동의한다" 등 100여개의 지지 댓글이 달렸다.
한 검사는 "정말로 공판부 강화를 위한 방안인지, 말로만 공판부 강화일 뿐인지 제대로 된 의견 취합 과정을 거쳤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직제)개편안 중 공판 파트를 담당한 분은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공판부 기능 강화에 대해 구성원 간의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업무 부담의 형평성을 논하기 전에 변화된 여건에서 공판부 검사로서의 업무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정유미(48·30기) 대전지검 형사2부장 검사도 이날 오후 직제개편안에 대한 비판글을 이프로스에 올렸다.
그는 "개편안은 검사가 만든 것인가.
검사라면 도대체 형사부, 공판부 업무를 얼마나 해본 사람인가"라며 "법 개정으로 앞으로 검사 업무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머릿속에 그려지지도 않아 답답하고 막막하다"고 밝혔다.
정 부장검사는 직제개편안 내용 중 ▲ 형사부 업무시스템 재정립 ▲ 공판부 기능 강화 및 확대 ▲ 이의제기 송치 사건 전담부 ▲ 인권 수사협력팀 운영 등을 지적하며 "제대로 된 조사도 연구도 없이 아무렇게나 막 뒤섞어 판을 깨 놓으면서 '개혁'이라고 위장하려 들지 말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호동(41·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검사는 전날 밤늦게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직제개편안의 가벼움(공판기능의 강화 및 확대)'이라는 글을 올려 공판 관련 개편안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차 검사는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 없이 공판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개편안을 만들기 위한 개편안"이라며 "검사 1명이 공판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가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전날 일선 검찰청의 차장검사에 해당하는 중간 간부가 맡아온 대검 내 주요 보직 4자리를 폐지하는 대신 형사부 업무시스템을 재정립하고 공판부 기능을 강화·확대하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대검에 전달해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차 검사는 법무부가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 추진 계획을 제시하면서 현재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함에도 형사부 인력을 이관하는 만큼 형사부 업무 이관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떠한 실증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지"라며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건 맞으니 형사부 업무로 보충해보자는 의견은 어떠한 철학적 고민의 산물인지 알고 싶다"고 지적했다.
차 검사는 "형사부 인력을 이관하면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공판검사의 일이 더 적어질 테니 단순한 사건 수사로 보완하라는 발상은 끝없이 가벼운 생각의 한 단편"이라며 "깊은 고민을 해봤다면 (이 개편안이) 도저히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검사 1재판부는 단순히 검사 1명이 맡는 2개 재판부를 1개로 줄이는 데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며 전문 공판검사 배치의 필요성이나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 제한 등 변화된 상황에 대한 고민이 담기지 않은 개편안이라고 주장했다.
형사부 검사실을 혐의 유무를 판단하고 공판에서의 입증 준비를 위한 활동에 집중하는 '공판준비형 검사실'로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차 검사는 "조사자 증언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경찰·검찰·법원의 깊은 이해가 있어야만 함은 물론 직제개편으로 바로 도입할 수 없는 제도"라며 "공판준비형 검사실 도입과 공판 환경의 근본적 변화에 따라 중장기에 걸쳐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판부 구성을 고검검사급(단독공판검사실) 또는 고경력 검사와 평검사 중 저호봉 검사로 구성된 공판·기소부로 이원화하려는 안에 대해서도 "(공판부에) 저호봉 검사가 우선 배치되는 비선호 보직으로 인식됐는지에 대한 검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판부) 강화를 해야 한다고 하니 어려워 보이는 합의부에는 고검검사·고기수 검사를 배치하면 될 것 같다고 보고 있다"며 "여전히 공판부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단 한 걸음도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검사의 글에는 "깊이 공감한다" "좋은 의견 감사드린다" "문제 제기에 동의한다" 등 100여개의 지지 댓글이 달렸다.
한 검사는 "정말로 공판부 강화를 위한 방안인지, 말로만 공판부 강화일 뿐인지 제대로 된 의견 취합 과정을 거쳤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직제)개편안 중 공판 파트를 담당한 분은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공판부 기능 강화에 대해 구성원 간의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업무 부담의 형평성을 논하기 전에 변화된 여건에서 공판부 검사로서의 업무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정유미(48·30기) 대전지검 형사2부장 검사도 이날 오후 직제개편안에 대한 비판글을 이프로스에 올렸다.
그는 "개편안은 검사가 만든 것인가.
검사라면 도대체 형사부, 공판부 업무를 얼마나 해본 사람인가"라며 "법 개정으로 앞으로 검사 업무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머릿속에 그려지지도 않아 답답하고 막막하다"고 밝혔다.
정 부장검사는 직제개편안 내용 중 ▲ 형사부 업무시스템 재정립 ▲ 공판부 기능 강화 및 확대 ▲ 이의제기 송치 사건 전담부 ▲ 인권 수사협력팀 운영 등을 지적하며 "제대로 된 조사도 연구도 없이 아무렇게나 막 뒤섞어 판을 깨 놓으면서 '개혁'이라고 위장하려 들지 말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