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대통령, 약속 지키지 않을 것인지 입장 밝혀야"
"의료급여에 부양의무자 기준 존속, 대통령 공약 어긴 것"
정부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잠정 유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확정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대통령 공약에서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은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생계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의료급여는 기준을 그대로 뒀다"며 "(생계·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라는 공약을 파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까지 21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10일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년)을 확정하면서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의료급여는 일단 보장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빈곤한 사람이라도 직계혈족·배우자 등 자신을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의료급여 등을 받지 못하게 해 그간 '빈곤 사각지대'를 만드는 주요 걸림돌로 지적됐다.

장애인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급여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의료비를 감당하기 힘든 장애인과 빈곤층의 건강권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라는 취지다.

단체들은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 폐지'를 약속했다"며 "생계급여에만 한정한 의미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2017년 8월 농성장에 방문해 '2020년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생계급여·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고, 언론에서도 이같이 발언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박 장관이 10일 "대통령께서 부양의무자 조건을 완화·철폐하겠다고 한 것은 생계급여에 초점이 있지, 의료 급여를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 것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라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문 대통령은 박 장관의 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공약을 이행할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며 "국회도 더는 방관하지 말고 폐지 법안을 발의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