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영남서 근무한 향판 출신…조국 저서에 "정의감 투철한 동기"
35년전 서울대 '깃발사건' 연루…실형 선고했던 권순일 대법관 후임으로
새 대법관 후보에 이흥구…국보법 위반 1호 판사(종합)
다음 달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 후임 후보로 이흥구(57·사법연수원22기)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최종 선정됐다.

이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국보법 위반 1호 판사'로 당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 대법 "소수자 보호에 확고한 신념…대법관 자질 갖췄다"
대법원은 10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명의 신임 대법 후보 중에서 이 부장판사를 선정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을 받아들여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이 부장판사에는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된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는 이 부장판사와 천대엽 서울고법 부장판사,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 등 3명을 새 대법관 제청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 후보자에 대해 "사법부 독립, 국민의 기본권 보장,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확고한 신념 등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또 "충실하고 공정한 재판과 균형감 있는 판결로 법원 내부는 물론 지역 법조 사회에서도 신망을 받는 등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을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새 대법관 후보에 이흥구…국보법 위반 1호 판사(종합)
◇ 국보법 위반 1호 판사…권순일 대법관이 실형 선고 주심
1985년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이른바 깃발사건)에 연루된 그는 국보법 위반(반국가단체 고무찬양)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권 대법관은 당시 이 후보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주심 판사였다.

당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실형을 선고한 주심 재판관의 뒤를 잇는 대법관 후보가 된 것이다.

이 후보자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으로 형이 줄었고 상고하지 않아 2심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후 1987년 6·29 선언 직후 제적생 복학 조치에 따라 학교로 돌아온 이 후보자는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 국보법 위반 전력자로는 처음으로 판사에 임용됐다.

2005년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서울대 '깃발사건' 수사 당시 민추위를 이적단체로 규정한 것에 대해 "자의적인 판단이며 당시 관련자들의 자백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국보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후보가 대법관으로 제청·임명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 대법관 후보에 이흥구…국보법 위반 1호 판사(종합)
◇ 영남 지역서 27년간 판사 활동…"당사자 배려하는 재판 진행"
이 후보자는 경남 통영 출신으로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울산·부산지법 부장판사, 대구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약 27년간 주로 부산·창원·대구 등 지역에서만 판사 생활을 한 이른바 '향판' 출신이다.

한국전쟁 때 군사재판을 거쳐 사형당한 마산지역 국민 보도 연맹원들의 유족이 제기한 재심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는 보도 연맹원들에게 대규모로 사형을 선고한 판결에 재심을 결정한 첫 사례였다.

분양형 호텔 운영 위탁 계약에서 위탁 운영사의 횡포로부터 분양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부산지법과 대구고법에서 재직할 때 당사자를 배려하는 재판 진행으로 신뢰를 얻어 지방변호사회에서 우수 법관으로 선정됐다.

현재는 사법행정자문회의 재판제도분과위원회의 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새 대법관 후보에 이흥구…국보법 위반 1호 판사(종합)
◇ 조국과 친분 "정의감 남달리 투철한 동기"
이 후보자는 진보 성향의 판사들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부산판례연구회, 노동법 커뮤니티 등에서도 활동하면서 근로자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 왔다는 평가도 받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저서에서 이 판사에 대해 "정의감이 남달리 투철한 동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2016년 2월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장 취임사에서 "역할과 견해의 차이는 있지만, 지위의 상하는 없다", "구성원 누구도 법원 내에서 소외되지 않고 함께 가는 법원이 돼야 한다" 등 법원 운영원칙을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