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걸린 훈장 수여…1심 법원은 국가 책임 인정했으나 2심서 뒤집혀
전쟁통에 군번 잘못 적어 무공훈장 못 줘…"국가배상 불필요"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 관련 장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에 무공훈장의 주인을 찾는 데 65년이나 걸렸더라도, 이에 대해 국가가 배상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0-3부(정원 김유성 최은주 부장판사)는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 A씨의 자녀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전쟁 중이던 1950년 9월 육군에 입대해 1953년 6월 무성화랑무공훈장 약식 증서를 받았다.

1954년 전역한 그는 2006년 사망했다.

전시 상황이다 보니 당시 군은 사단장급 지휘관이 대상자에게 약식 증서를 주는 것으로 훈장 수여를 갈음했다.

전쟁이 끝난 후인 1955년부터 현역 복무 중인 대상자들부터 실제 훈장을 수여했고, 1961년부터는 전역자를 대상으로 '무공훈장 찾아주기' 사업을 시작했다.

육군은 65년 만인 2018년 8월에야 A씨 자녀들의 주소를 확인해 서훈 사실을 알렸고, 같은 해 10월 훈장증을 발행했다.

이처럼 훈장을 늦게 찾아준 것은 당시 장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의 경우 '훈장 명령지'에는 이름과 군번이 올바로 적혔지만 다른 장부인 '무공훈장지부'에는 이름과 군번이 모두 잘못 기재됐다.

또 다른 서류인 거주표의 이름도 틀렸다.

이에 자녀들이 낸 소송에서 1심은 "육군 소속 공무원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A씨가 받지 못한 무공영예수당과 가족들이 무공훈장 수훈자의 유족이라는 긍지를 누리지 못한 정신적 손해 등을 고려해 총 1천100여만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런 판단을 뒤집고 국가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당시의 낙후된 인적정보 관리체계에 비춰 보면, 장부에 이름과 군번이 잘못 기재된 사정만으로 병적관리 담당자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설령 담당자의 과실을 인정하더라도 A씨에게 손해가 발생할 것을 예견할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훈장 명령지에는 A씨의 이름과 군번이 정확히 기재된 것으로 미뤄 당시 A씨는 서훈 사실을 통지받고 약식 증서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이미 A씨에게 서훈 사실이 통지된 이상, 이후 A씨가 이를 망각했을 사정까지 고려해 국가가 다시 통지할 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