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교수는 다양한 국적과 언어를 가진 인간들이 물리적·심리적으로 협소한 선박이란 공간에서 고강도 업무를 하면서 생활까지 하는 문화접촉 현장을 문화교섭의 관점에서 조명했다. 국적과 언어뿐 아니라 세대, 출신학교, 남녀, 직급 및 업무영역의 차이에서 나오는 다원적 정체성들이 조우하는 ‘바다 위의 작은 사회’에서 행복한 소통과 공존의 방안을 탐구하고 있다.
임금 경쟁력을 가진 다국적 선원, 군복무 대신 승선한 젊은 남성해기사, 남성 중심의 직업세계에 과감히 뛰어든 소수의 여성해기사, 바다를 평생직장으로 20~30년 이상 승선하고 있는 경험이 풍부한 선장과 기관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다국적 선원구성’으로 인한 환경변화, ‘기술과 직무 중심’으로 진행되는 선박관리, ‘꼰대 대 비꼰대’로 대변되는 기성세대 선원과 신세대 선원 간의 문화충돌, 안전을 강조하지만 결국 경제적인 이유로 최소 승무정원을 유지하려는 선주 및 선박관리회사의 경영관점 등 상선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소통 양상을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몇 년간 실제 원양상선에 승선하는 사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선내 조직문화 교육’과 해양대에 개설된 교양교과목인 ‘선상문화교섭의 이해’를 강의하며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하고 있다.
최 교수는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소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선원들의 모습에서 우리자신을 성찰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