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변동을 통해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르면 내달 출시된다. 단순하게 특정 지수를 추종하지 않고 적극적인 운용 전략을 구사하는 ETF다. 공모 주식형 펀드와 달리 증시에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어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 규정 ‘걸림돌’이 모두 해소되지 않아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식으로 운용된다. 미국처럼 유명 펀드매니저 등의 운용 전략을 구사하는 액티브 ETF 출시까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첫 액티브 ETF 윤곽…"AI가 주식 운용"

초기 액티브 ETF는 AI 접목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7일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에서 상장 가능한 액티브 ETF를 채권형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액티브 ETF 상장 신청 시 채권형 펀드 운용 경험을 요구하는 조건도 동시에 삭제했다. 이 같은 액티브 주식형 ETF 상장을 가로막는 근거 규정을 없애자마자 국내 ETF업계 1, 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각각 1개 상품의 상장을 신청했다. 이르면 9월에는 액티브 주식형 ETF가 유가증권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 처음 등장하는 액티브 주식형 ETF는 모두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면서 AI가 종목 선정과 운용에 적극 관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거래소 규정에 따라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 0.7 이상의 상관 계수를 유지해야 한다. 큰 틀에서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면서 AI가 종목 구성을 조금씩 바꿔 3%대 초과 수익을 노리는 구조다. 미래에셋 액티브 ETF는 자체 개발한 AI가 한국을 대표하는 신성장 산업 내 실적 개선세가 가파른 종목을 편입하는 전략을 쓴다. 포트폴리오 구성은 물론 종목의 매수·매도 결정도 전적으로 AI가 행사한다.

삼성자산운용은 빅데이터 전문기업인 딥서치와 협력해 개발한 AI를 활용한다. AI가 기업의 공시와 관련 기사, 보유한 특허 내역 등을 분석해 잠재적인 종목을 선정한다. 미래에셋운용과 달리 최종 포트폴리오 구성에는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가 개입할 예정이다.

미국에선 ‘블라인드 액티브 ETF’ 등장

금융투자업계에선 유명 펀드매니저 전략을 추종하거나 특정 섹터에서 전문가들이 종목을 선정하는 액티브 ETF를 기대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를 매일 공개해야 하는 현행 규정의 부담이 있어 이 같은 액티브 ETF는 출시되기 쉽지 않다.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기존 ETF와 달리 액티브 ETF에서는 종목과 수량을 매일 공개하면 투자자들이 이를 복제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거래소가 공시 기간을 한 달 혹은 그 이상으로 늘려준다면 각 운용사를 대표하는 펀드들이 ETF 형태로 재출시되는 등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액티브 ETF를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이런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이란 기대는 높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액티브 주식형 ETF를 도입하고, 효율성 제고를 위한 규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선 액티브 ETF 인기가 높다. 전체 액티브 ETF 순자산총액이 1830억달러(약 213조원)에 달한다. 2008년 도입 당시 19개 종목, 순자산 80억달러에 불과했던 시장이 약 12년 만에 22배 성장했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액티브 시장이 커지면서 비교적 시장을 밀접하게 추종하는 AI 기반 ETF보다는 매니저가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인터넷이나 바이오 등 테마형 ETF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예 펀드의 보유 종목을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액티브 ETF’도 등장했다. 작년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초로 포트폴리오를 공개하지 않는 ETF 출시를 허용했다. 이에 피델리티가 지난 6월에만 블라인드 액티브 ETF를 7개 출시하는 등 여러 자산운용사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