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시리즈 모두 시청률 한 자릿수…특히 멜로 장르 참패
높아진 눈높이에 그렇지 못한 이야기…드라마 침체기
콘텐츠 홍수 시대, 새로운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에 최근 드라마들은 전혀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2일 기준 국내 주요 채널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는 총 15편으로, 그중 평일 미니시리즈는 11편이다.

11편 모두가 시청률 한 자릿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멜로 장르의 침체가 두드러진다.

KBS 2TV '그놈이 그놈이다'와 JTBC '우리, 사랑했을까'는 시청률도 5%(닐슨코리아) 이하이지만 화제성도 현저하게 떨어지며 맥을 못 추고 있다.

완성도에 대한 평가도 냉랭한 편이다.

그나마 5%를 넘은 JTBC '모범형사', SBS TV '편의점 샛별이',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도 살펴보면 복합장르인 사례가 대부분이다.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화제성은 어느 정도 있는 '모범형사'와 MBC TV '십시일반', tvN '악의 꽃', JTBC '우아한 친구들'도 미스터리 요소가 섞인 경우다.

평일 미니시리즈들이 모두 좀처럼 힘을 못 쓰는 가운데 주말극과 일일극만이 고정적인 중년 시청자층 덕분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내고 있다.

이렇듯 드라마의 꽃으로 불리는 평일 미니시리즈가 전반적으로 침체하고, 특히 멜로가 부진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새로운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캐스팅, 연출자, 작가 등 기대할 포인트가 분명히 있는 드라마들이 있는 반면에 최근 포진한 드라마들은 시간대가 있어서 세워놓은 듯한 게 상당히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멜로극의 경우 소재를 비혼으로 갖고 왔지만 결국 결혼으로 돌아간다.

'혼자 살아가는 게 뭐가 문제인가'라는 생각이라면 좀 더 그걸 과감하게 다뤄야 하는데 결국은 다시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새롭지 못한 게 된다.

소재만 새롭다고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도 "넷플릭스 등을 통해 이미 너무 많은 콘텐츠를 접한 대중의 취향은 다양해졌는데 국내 드라마는 여전히 이야기 자체가 새롭지 않다.

수익성과 새로운 도전을 어떻게 맞춰나갈지가 당면한 숙제"라고 말했다.

공 평론가는 이어 "비혼 소재 멜로를 봐도 현실적 구성을 가져가야 돌파구가 된다"며 "'발리에서 생긴 일' 같은 경우 가난하고 어려운 사랑이 꼭 아름다운 결말을 보여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주목받았다.

지금도 현실성을 추가하면 공감할 수 있는 멜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 사회가 사랑에 대해 고전적인 가치를 부여하지 않아 기성 멜로극 자체에 대한 공감대가 떨어지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의 핵심은 나와 캐릭터를 동일시하는 건데 최근 '사랑에 목숨 거는 것'을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많다"고 했다.

그는 "소재 자체를 더 파격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관심을 끌 수 없다.

가령 불륜을 통해 결혼제도에 대한 도발적 질문을 한다든지 비혼모들에 대해 적나라하게 그리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