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개 숙인 군…탈북민 월북사건 '감시 매뉴얼' 지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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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통로 배수로 문화재 복원하면서 키워…민간인 출입지역"
해병 2사단→수도군단→지상작전사령부 지휘체계…해병부대, 주로 북쪽 주시 군 수뇌가 28일 탈북민 월북 사건과 관련해 또 고개를 숙였다.
북한 목선의 삼척항 진입과 제주 해군기지 등에 민간인 불법 침입, 충남 태안의 중국인 밀입국 선박 경계 실패에 이어 4번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탈북민 월북 사건과 관련해 "백번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다"면서 "모든 부분의 무한 책임은 국방장관이 지고 있다"고 밝혔다.
각 군의 작전부대를 작전지휘·감독하는 박한기 합참의장도 "합참의장으로서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박 의장은 "올해 초 주둔지 경계작전 실패 상황이 발생했고, 또 태안 밀입국 상황으로 해안 경계 실패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보완 대책을 강구하는 중 강화도 월북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근원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과 국방부 조사본부의 현장 부대 검열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정 장관과 박 의장이 사실상 경계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다.
지금까지 검열 과정에서 탈북민 김모(24) 씨는 인천 강화도 월미곳에 있는 정자인 '연미정' 인근 배수로 안의 철근 구조물 사이로 빠져나가 한강으로 들어간 뒤 북한 개성 쪽으로 헤엄쳐간 것으로 보인다.
전비태세검열실과 조사본부는 현장 부대에서 지난 18∼19일 해병 2사단 철책의 감시장비(CCTV)와 초소 열상감시장비(TOD) 녹화 영상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녹화된 영상에서 김씨의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배수로에 들어가기 전 잠수복이나 구명조끼로 갈아입는 장면은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만약 김씨가 잠수복이나 구명조끼로 갈아입고 한강에 입수했다면 그 모습이 TOD 녹화 영상에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TOD 영상에서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부유물 형태가 여러 개 식별되어 계속해서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월북한 지역은 해병 2사단이 경계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작전통제 및 지휘계선은 해병 2사단→수도군단→지상작전사령부로 올라간다.
해병 부대는 초소와 철책 과학화감시장비 등을 통해 현장 경계를 서고 있으나, 육군 수도군단과 지상작전사령부의 작전 지휘를 받는 체계이다.
수도군단은 평시 적 침투 방지 및 국지 도발 대응, 경계작전 등에 대한 지침을 하달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17사단은 인천과 김포지역 후방의 해·강안 경계 책임을 맡고 있다.
이런 작전통제 및 지휘 계선을 보면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해병대에 지우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군의 한 소식통은 "이번 월북 사건은 해병대와 육군 수도군단의 협업 작전 실패라고 할 수 있다"며 "수도군단이 해병 2사단을 작전 통제하고 있으니 정보·작전 책임은 오히려 수도군단에 더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병 2사단의 해당 부대가 밀물과 썰물 등 시간대별로 마련된 경계·감시 매뉴얼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따라 문책이 뒤따를 수 있다.
해병 최전방 부대의 작전은 적 침투 도발 저지와 귀순자 안전 유도 등에 특화된 형태를 보인다.
한마디로 경계·감시 작전은 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목표물에 집중해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특히 해병대는 방어보다는 상륙 및 침투 작전에 특성화된 부대이다.
해병대 최전방 부대는 밀물이나 홍수로 한강 하구 수위가 올라갈 때는 CCTV와 TOD를 북쪽으로 돌려 감시한다.
한강 하구 수위가 올라가면 북쪽에서 남쪽으로 헤엄쳐 내려오기 쉽기 때문이다.
월북한 김 씨가 2017년 6월 17일 오후 8시 10분께 개성시 해평리 월포 해안으로 입수해 다음 날 새벽 2시26분 김포 조강리 해병 초소로 귀순해왔을 때도 밀물 때였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당시 김 씨가 한강을 건너올 때 물살이 거세 북쪽으로 밀려가길 반복했다"고 전했다.
당시 해병 TOD 운용병이 한강 하구 쪽으로 카메라를 돌려 주시해 허우적대는 김 씨를 발견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해병대의 해당 부대는 시간대별로 경계·감시 매뉴얼을 만들어 놓았다"면서 "김 씨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에 그 매뉴얼이 제대로 지켰는지를 전비태세검열실에서 검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 월북 시점에 이 매뉴얼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해당 부대의 문책은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김 씨가 통과한 배수로 옆의 연미정은 애초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구역이었으나 나중에 민간인이 자유롭게 출입하도록 민통선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미정 앞에는 마을이 있다.
설령 배수로에 들어가기 전 김 씨의 모습이 해병 초소 CCTV에 포착됐다고 해도 해당 부대에서는 연미정을 둘러보는 민간인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연미정 주변에는 연못이 있고 그 옆으로 작은 수로가 있었는데 문화재 복원 사업으로 배수로 크기를 키운 것으로 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국방부는 이번 월북 사건에 대해 "작전지역 환경과 경계작전 여건 등을 고려해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양상에 대한 경계작전체계를 최적화시킬 것"이라며 "엄정히 작전 기강을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해병 2사단→수도군단→지상작전사령부 지휘체계…해병부대, 주로 북쪽 주시 군 수뇌가 28일 탈북민 월북 사건과 관련해 또 고개를 숙였다.
북한 목선의 삼척항 진입과 제주 해군기지 등에 민간인 불법 침입, 충남 태안의 중국인 밀입국 선박 경계 실패에 이어 4번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탈북민 월북 사건과 관련해 "백번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다"면서 "모든 부분의 무한 책임은 국방장관이 지고 있다"고 밝혔다.
각 군의 작전부대를 작전지휘·감독하는 박한기 합참의장도 "합참의장으로서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박 의장은 "올해 초 주둔지 경계작전 실패 상황이 발생했고, 또 태안 밀입국 상황으로 해안 경계 실패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보완 대책을 강구하는 중 강화도 월북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근원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과 국방부 조사본부의 현장 부대 검열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정 장관과 박 의장이 사실상 경계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다.
지금까지 검열 과정에서 탈북민 김모(24) 씨는 인천 강화도 월미곳에 있는 정자인 '연미정' 인근 배수로 안의 철근 구조물 사이로 빠져나가 한강으로 들어간 뒤 북한 개성 쪽으로 헤엄쳐간 것으로 보인다.
전비태세검열실과 조사본부는 현장 부대에서 지난 18∼19일 해병 2사단 철책의 감시장비(CCTV)와 초소 열상감시장비(TOD) 녹화 영상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녹화된 영상에서 김씨의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배수로에 들어가기 전 잠수복이나 구명조끼로 갈아입는 장면은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만약 김씨가 잠수복이나 구명조끼로 갈아입고 한강에 입수했다면 그 모습이 TOD 녹화 영상에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TOD 영상에서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부유물 형태가 여러 개 식별되어 계속해서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월북한 지역은 해병 2사단이 경계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작전통제 및 지휘계선은 해병 2사단→수도군단→지상작전사령부로 올라간다.
해병 부대는 초소와 철책 과학화감시장비 등을 통해 현장 경계를 서고 있으나, 육군 수도군단과 지상작전사령부의 작전 지휘를 받는 체계이다.
수도군단은 평시 적 침투 방지 및 국지 도발 대응, 경계작전 등에 대한 지침을 하달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17사단은 인천과 김포지역 후방의 해·강안 경계 책임을 맡고 있다.
이런 작전통제 및 지휘 계선을 보면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해병대에 지우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군의 한 소식통은 "이번 월북 사건은 해병대와 육군 수도군단의 협업 작전 실패라고 할 수 있다"며 "수도군단이 해병 2사단을 작전 통제하고 있으니 정보·작전 책임은 오히려 수도군단에 더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병 2사단의 해당 부대가 밀물과 썰물 등 시간대별로 마련된 경계·감시 매뉴얼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따라 문책이 뒤따를 수 있다.
해병 최전방 부대의 작전은 적 침투 도발 저지와 귀순자 안전 유도 등에 특화된 형태를 보인다.
한마디로 경계·감시 작전은 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목표물에 집중해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특히 해병대는 방어보다는 상륙 및 침투 작전에 특성화된 부대이다.
해병대 최전방 부대는 밀물이나 홍수로 한강 하구 수위가 올라갈 때는 CCTV와 TOD를 북쪽으로 돌려 감시한다.
한강 하구 수위가 올라가면 북쪽에서 남쪽으로 헤엄쳐 내려오기 쉽기 때문이다.
월북한 김 씨가 2017년 6월 17일 오후 8시 10분께 개성시 해평리 월포 해안으로 입수해 다음 날 새벽 2시26분 김포 조강리 해병 초소로 귀순해왔을 때도 밀물 때였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당시 김 씨가 한강을 건너올 때 물살이 거세 북쪽으로 밀려가길 반복했다"고 전했다.
당시 해병 TOD 운용병이 한강 하구 쪽으로 카메라를 돌려 주시해 허우적대는 김 씨를 발견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해병대의 해당 부대는 시간대별로 경계·감시 매뉴얼을 만들어 놓았다"면서 "김 씨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에 그 매뉴얼이 제대로 지켰는지를 전비태세검열실에서 검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 월북 시점에 이 매뉴얼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해당 부대의 문책은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김 씨가 통과한 배수로 옆의 연미정은 애초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구역이었으나 나중에 민간인이 자유롭게 출입하도록 민통선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미정 앞에는 마을이 있다.
설령 배수로에 들어가기 전 김 씨의 모습이 해병 초소 CCTV에 포착됐다고 해도 해당 부대에서는 연미정을 둘러보는 민간인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연미정 주변에는 연못이 있고 그 옆으로 작은 수로가 있었는데 문화재 복원 사업으로 배수로 크기를 키운 것으로 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국방부는 이번 월북 사건에 대해 "작전지역 환경과 경계작전 여건 등을 고려해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양상에 대한 경계작전체계를 최적화시킬 것"이라며 "엄정히 작전 기강을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