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 들어온 그라피티…미술관이야 호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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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호텔' 해운대 영무파라드 개관
건물 전체가 전시장…300여점 선봬
1층 보이드에 키네틱 아트 설치
건물 전체가 전시장…300여점 선봬
1층 보이드에 키네틱 아트 설치

27일 문을 연 부산 해운대 영무파라드호텔 1층의 거대한 보이드(void) 공간에 들어선 설치미술가 손봉채 씨(53)의 키네틱아트(움직이는 조각) ‘시간여행’이다. 손씨는 “여행을 테마로 오고 가는 사람들을 자전거로 표현했다”며 “움직이는 조각뿐만 아니라 벽에 비친 그림자의 움직임은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7층 벽에는 첨단 빌딩, 가파른 골목 계단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옛날 집들, 등대 등 여러 요소가 혼재된 부산의 특징을 통통배 위에 얹어놓은 부산 대표 작가 구헌주의 그라피티 ‘부산호-움직이는 섬’이 그려졌다. 8~11층 벽에는 국내 1세대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꼽히는 제이플로우(임동주)가 화려한 색감의 ‘산책(Taking a Walk in Busan)’을 선보였다. 의인화한 상어 캐릭터로 유명한 제이플로는 이번에도 상어 마스크의 인물이 반려견을 데리고 유쾌하게 산책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이뿐만 아니다. 영무파라드호텔은 전체가 전시장이라고 할 만큼 곳곳에 300여 점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주변과 복도, 객실에는 김기창, 제프 쿤스 등 대가들과 영호남 신진 작가들까지 다양한 작가의 회화, 조각 등이 걸렸거나 놓여 있다. 복도를 비롯한 공용 공간에 전시되는 작품만 약 70점이다. 26층의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씨엘로’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프린트 작품과 에바 알머슨의 대형 회화도 걸어놓았다.
특히 258개의 객실은 33점의 작품을 건 대구 계명대 강민정 교수와 학생들을 비롯해 영호남 신진 작가들의 전시 공간이다. 또 25층 스위트룸을 ‘작가의 방’으로 정해 젊은 작가 3명이 방 전체를 몽글몽글한 느낌의 하늘 풍경과 분홍색 그림으로 장식했다.

영무파라드호텔의 시공 및 운영사인 영무토건은 ‘영무예다음’이라는 브랜드로 광주, 서울, 대구 등에 2만여 호의 주택을 공급한 중견 건설회사다. 평창 라마다호텔, 여수 베네치아호텔도 시공했다. 박헌택 영무파라드호텔·영무토건 대표는 미술품 컬렉터이자 예술후원자다. 광주에서는 대인동의 퇴락한 내과 건물을 갤러리, 공연장, 카페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 ‘김냇과’로 탈바꿈시켜 젊은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후원하고 있다.
“쉬는 것도 예술”이라며 아트호텔 실험을 시작한 그는 “예술 작품을 보러 전국에서 우리 호텔을 찾아오게 하는 게 꿈”이라며 “지방의 청년 작가들 중에서 미래의 김환기와 피카소가 나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