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현 박사 "교육환경 보호책임 진 교육감이 공식 애도로 가해자편 메시지"
조희연 교육감의 박원순 추모글에 여성학자 '2차 가해' 비판
최근 학교 내 성범죄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서울 교육을 책임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추모 기고문을 쓴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에 대한 '2차 가해'임은 물론, 학교 내 성범죄 발생 시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편에 설 수도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학자 권수현 박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성추행범과 그의 친구들'이란 글에서 가해자 측근에 의한 2차 가해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조 교육감의 기고문을 지목하면서 "우월적 지위에 의한 성희롱, 성폭력이 얼마나 사소하게 취급될 수 있고, 쉽게 침묵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공식적 발화행위"라고 적었다.

권 박사는 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학교의 안전과 교육환경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중요한 자리에 있는 공직자"라면서 "그런 자리에 있는 교육감이 어마어마한 지위를 이용해서 오랫동안 성희롱을 자행한 '친구'의 업적을 기리며 공식적 애도를 했다"며 해악이 더 크다고 비판했다.

권 박사는 이어 "그것은 어떤 메시지인가? 학교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교장, 교감, 교사가 성희롱을 하면 그들의 편에 설 수 있다는 메시지"라면서 "시민으로서 나는 교육환경에 대한 보호책임이 있는 교육감 조희연과 박 아무개씨(박 전 시장)의 40년 친구 개인 조희연이 구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13일 한겨레신문에 쓴 추모 기고문 '늘 부끄러움 안겨주던 40년 친구 박원순을 기억한다'에서 "오랜 벗 박원순이 허망하게 삶의 끈을 놓았다.

지켜온 신념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스럽고 두려웠을 마음의 한 자락도 나누지 못하고 우리에게 회한만 남긴 채 떠나버렸다"고 그를 기억했다.

조 교육감은 이 글에서 전체적으로 박 전 시장의 업적과 그와의 인연에 관해 적으면서 "부디 이 절절한 애도가 피해 호소인에 대한 비난이자 2차 가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과 박 전 시장은 1990년대 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함께 일했으며 시장과 교육감으로도 호흡을 맞췄다.

권 박사는 이 기고문을 실은 한겨레신문에 대해서도 "한겨레신문사는 그 글에 지면을 할당함으로써 이 거대한 폭력에 가담했고, 폭력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언론사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여성학 연구자인 권 박사는 지난해 경찰 총경 진급 예정자 대상 성평등 교육을 진행하다 교육생들이 수업 도중 무더기로 자리를 이탈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것을 비판한 바 있다.

이에 경찰청장이 총경 승진자 17명에게 주의 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조희연 교육감의 박원순 추모글에 여성학자 '2차 가해' 비판
교육계에서는 최근 교사가 학교 내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교육부도 경남 김해와 창녕에서 현직 교사들이 교내 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되자 이달 16일부터 31일까지 전국 초·중·고교 내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에 대한 긴급 전수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긴급점검을 하겠다고 교육부 페이스북 등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발표했다가 학교에 불법 카메라를 숨긴 범죄자들에게 미리 단속 사실을 알려준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